기고
공공서비스를 바라보는 ‘럭키! 긍정의 시선’
“내가 낸 세금이 얼만 줄 알아?” 얼마 전 도봉구에서 진행된 악성민원 대비 모의훈련에서 민원인 역할을 맡은 직원의 메소드연기가 기억에 남아있다. 공무원으로서 자주 들어본 말이기에 실제 상황인 듯 자연스럽게 몰입하는 모습이 현장에서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그동안 얼마나 많이 힘든 상황을 경험했을까 싶어 안쓰럽기도 했다.
악성민원 등에 시달리는 공직사회
최근 많은 기사를 통해 민원·갑질에 시달리다 유명을 달리한 공무원, 과중한 업무와 박봉으로 높아지는 공무원 이직률과 매년 낮아지는 공무원 시험경쟁률 등 서울시 구청장으로서 안타까운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된다. 사실 구청장의 자리는 시민의 선택을 받은 정무직 공무원이자 직원의 근무환경을 책임지는 기관의 장이기도 하다.
필자는 우리 직원의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구민들에게도 좋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취임 초기부터 직원복지와 안전한 근무환경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먼저 직원 마음건강과 힐링교육, 휴양소 지원, 장기재직 휴가 확대 등 기본적인 복지에 부족함이 없도록 하고 있으며, 구 홈페이지와 직원배치도에 이름과 사진을 삭제하는 선제적인 정보 보호조치를 했다.
물론 직위 업무 전화번호 등에 대한 정보는 남겨 민원인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다. 그리고 폭언 및 폭행 발생 시 증거 확보를 위해 웨어러블 캠과 녹음기를 전 부서에 배부했으며, 악성민원 관련 비상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도봉경찰서와 합동 모의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사후대처뿐 아니라 사전예방을 위해서 민원발생 빈도가 높은 4개 동 주민센터에 보안관을 1명씩 배치해 평상시에는 안내와 질서유지를, 비상시에는 민원인과 공무원을 보호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현재는 시범운영 단계로, 올해 만족도 조사 등을 통해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악성민원과 업무 스트레스로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받은 직원에 대해서는 구에서 진료비와 약제비 등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공무원과 민원인 ‘서로서로 존중하자’는 간단한 명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2중, 3중의 다양한 보호책이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절차의 보완이나 새로운 정책의 시행은 악성민원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공공서비스에 대한 마음전환 필요한 때
사실 우리나라 공공서비스는 세계적인 수준의 처리 속도와 친절함을 자랑한다. 대부분의 서류가 즉시 발급되며 길어도 일주일을 넘기지 않는다. 민간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밤에 시킨 택배가 다음날 새벽에 배송된다. 하지만 소위 이렇게 ‘인력을 갈아서’ 만드는 최고수준의 서비스는 양날의 검처럼 결국 우리의 마음을 병들게 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이제는 공공서비스를 바라보는 우리의 생각의 방향을 바꾸어야 할 때라 생각한다. 최근 걸그룹 멤버 장원영씨가 안 좋은 상황에서도 좋은 점을 찾는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 대중의 공감을 일으키며 ‘원영적 사고’라는 말이 유행이라고 한다. 주민센터 인증기 고장으로 등본 발급이 조금 늦어졌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공무원에게 화를 낸다고 상황이 개선될까? 아니다. 그렇다면 내 마음의 방향을 한번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너무 더웠는데 에어컨 나오는 시원한 곳에 좀 더 있으면 되겠다. 럭키! 라고 긍정의 방향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방식이 유행처럼 번져나간다면 우리 모두 얼마나 여유롭고 행복해질까 바라본다.
오언석 도봉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