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임기제공무원, 근로계약관계 아냐”
“임용권자의 재량 … 임기 연장 기대권 없어”
임기제 공무원은 근로계약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계약갱신 기대권’을 적용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3부(최수진 부장판사)는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당연퇴직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전문임기제 공무원 경력경쟁 채용시험에 합격해 2022년 6월부터 11월까지 근무하기로 계약했다.
위원회는 2022년 10월 31일 A씨를 포함한 전문임기제 공무원들에게 ‘약정기간 만료로 인해 12월 당연 퇴직된다’‘는 통지를 했고, 11월 7일경 전문임기제 공무원들 전원에 대한 신규 채용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통보했다.
위원회는 이후 전문임기제공무원 채용 공고를 했고, A씨는 이에 응시했으나 최종 탈락했다.
그러자 A씨는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에 무효 확인 소청을 냈으나 각하되자 소송을 냈다.
A씨는 소송에서 “계약갱신 여부를 정하는 업무실적에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계약이 연장될 수 있다는 합리적 기대가 형성돼 있었고, 전문임기제 공무원들의 임기가 5년 보장되는 관례가 있던 점을 고려할 때 임용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며 “당연퇴직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A씨가 국가와 대등한 당사자 지위에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공법상 근로계약 관계’가 아니다”며 “계약에 따라 공무원 신분을 부여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는 임용 주체의 임명에 의해 공무원 지위를 부여받아 정해진 기간 신분이 보장되는 ‘공법상 근무관계’에 있다”면서 “사법상 또는 공법상 근로계약 관계를 전제로 하는 ‘계약갱신에 대한 기대권’ 법리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계약직 근로자의 경우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를 위반해 사용자가 갱신을 거부할 경우 부당해고가 될 수 있는데, 임기제 공무원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임기제 공무원인 A씨는 근무 기간 만료로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당연퇴직하게 되므로, 경사노위 위원장의 통지는 당연퇴직 사유가 발생한 것을 공적으로 알려주는 ‘관념의 통지’에 불과하다”며 “A씨의 근무 관계를 일방적으로 상실시키는 해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처럼 당연퇴직 통지가 소송의 대상인 ‘행정처분’이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A씨가 경사노위를 상대로 제기한 당연퇴직 처분 취소 소송도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본안 판단없이 내리는 결정이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