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ESG 공시 의무화 확정 늦출 이유 없다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등 전세계 주요 국가들이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을 빠르게 제정·시행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지난달 말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 초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여전히 공시 시행 시기가 제시되지 않았고, 공시 대상 및 의무공시 전환에 대한 내용 등이 모두 빠져있다. 때문에 글로벌 ESG 공시의무화 흐름에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세계 각국의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시점은 2025~2026년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은 이미 지난해 1월 지속가능성 의무 공시를 위한 법안(CSRD)을 발효했다. 2025년에는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 공시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국제회계기준(IFRS) 산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2025년에 IFRS S2(기후관련공시)를, 2026년엔 IFRS S1(일반요구사항)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올해 3월 최종안을 승인하고 SEC 공시 규칙을 규정화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일본은 금융청, 영국은 산업통상부, 캐나다는 증권청, 호주는 재무부 등에서 지속가능성 관련 의무 공시 제도 로드맵이나 공개초안을 발표하고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반면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는 공개초안을 발표했지만 정작 중요한 공시 의무화 시기와 대상 등 주요 의사결정은 다시 4개월 후로 연기했다. 이에 공개초안 의견 수렴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KSSB가 ISSB의 기준을 인용했을 뿐 과거에 비해 진전된 내용은 없다”는 쓴소리가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는 2025년 시행 예정이던 국내 기업의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를 돌연 2026년 이후로 연기했다. 문제는 언제부터 시행할지 아직까지 정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의무화 공시 시점이 확정되지 않은 데서 오는 불확실성에 불안해 하고 있다. 그런 만큼 일단 일정확정이 우선이다. 전문가들은 “공시제도는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기에 해외의 의무화 시점보다 늦어서는 안된다”며 “기업들이 체계적으로 ESG 공시를 준비할 수 있도록 공시 의무화 시점을 미리 알려주고 의무화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실 ESG 공시 의무화 시기 확정을 더 늦출 이유가 없다. 의사결정이 지연될수록 기업과 투자자의 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국가 차원의 기후대응 역시 지연이 불가피하다. 기준 확정에도 별 어려움이 없다. 이미 2021년 1월 금융위원회는 ESG 공시 의무화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고 4년 가까이 논의를 이어왔다. 그동안 발표된 여러 나라들의 공시기준 자료와 논의 축적 결과를 바탕으로 ESG 공시 의무화 시기를 확정하면 된다.
김영숙 재정금융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