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업회생절차는 위기극복의 한 방법이다

2024-05-21 13:00:01 게재

4년간의 코로나19 대유행이 지나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하마스-이스라엘 전쟁, 그리고 국내외 불안한 정치와 경제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기초체력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은 본업에서 번 돈으로 이자조차 갚을 수 없는 취약기업으로 추락하고 숫자 또한 증가 추세다. 기업도 재정적 위험에 처했을 때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지속가능성 위협받는 중소기업

법무부는 2005년 3월 31일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을 공포하고 1년 뒤 시행에 들어갔다. 2017년 3월 서울회생법원, 2023년 3월에는 수원회생법원과 부산회생법원이 개원하면서 우리나라 기업회생절차는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이를 바탕으로 회생기업의 시장 복귀도 빨라지고 있다. 이 법은 경영난으로 인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채무자 회사의 채무 경감을 통해 시장 복귀의 토대를 마련해주는 절차라고 할 수 있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기업회생이냐 법인파산이냐를 빨리 판단해야 한다. 살릴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기업회생 신청을 서둘러야 하고, 채산성이 없어 존속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여력이 남아 있을 때 법인파산 신청을 밟아야 한다.

그렇다면 살릴 가치가 있는 기업은 어떤 기업일까. 앞으로 꾸준히 영업이익을 낼 수 있어 존속가치, 즉 계속기업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회사를 말한다. 다시 말해 채무자회생법에서는 향후 5년(최장 10년)간 영업이익의 합계액이 총부채(담보대출금 제외)의 20~30% 이상을 상회할 수 있다는 추정치를 확신할 때 기업회생을 신청해 회생 계획의 인가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채산성이나 유동성이 좋지 않아 영업이익을 지속적으로 내기 어려운 회사 즉 경제성이 없는 기업은 법인파산을 통해 새로운 길을 찾는게 바람직할 수 있다. 파산 또는 회생을 고민하는 기업들은 구조적으로 영업손실이 발생해 유동성 어려움이 되풀이 되거나 좀처럼 영업이익을 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때 영업이익이 발생해 채산성이 향상되고 있으나 누적된 부채가 과다해 이자지출이 영업이익보다 많아 손실이 발생하는 회사의 경우 기업회생을 진행하면 부채비율을 대폭 낮추고 사업의 존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유동성 위기 기업 기업회생절차 고려해야

기업회생을 신청하면 곧바로 보전처분 및 포괄적금지명령에 따라 지출 압류 추심 경매 등 각종 민사집행을 중단 및 금지할 수 있다. 동시에 부채가 동결돼 원금과 이자의 지급이 중지되므로 향후 발생하는 유동자금을 활용해 영업이익을 낼 수 있다.

영업이익금으로 채무 탕감과 조정액을 최소 5년에서 최장 10년에 걸쳐 무이자로 갚는 채무자회생법의 혜택도 누릴 수 있다. 이밖에도 채무자회생법은 자율구조조정지원제도(ARS)나 사전조정제도(P-Plan), 인가 전 인수 합병(M&A) 방식의 일환인 스토킹홀스 공개입찰 등을 시행, 기업의 시장복귀를 돕는다.

중소기업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중소기업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면 기업회생절차를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 기업회생절차는 위기극복의 한 방법이다. 한국기업회생협회는 중소기업의 위기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도록 돕고 있다. 경영진단, 기업회생절차 자문, ARS를 통한 채권자와의 협의, 기존 경영인 관리인제도(DIP) 투자, 스토킹홀스방식의 M&A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한다. 대한민국 중소기업에게 기업회생절차가 필요 없는 때가 오기를 기대한다.

윤병운 한국기업회생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