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은둔이 지원 준비
“지원센터, 삶의 활력 높이고 원하는 서비스 제공해야”
고립·은둔이와 부모에 대한 전문 이해와 맞춤형 프로그램 수행 … “기다릴 줄 알아야, 성과주의 접근은 필패”
고립·은둔이들에 대한 지원서비스가 하반기부터 진행된다. 보건복지부는 4개 광역시도에 미래청년센터를 설치하고 '청년'지원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온라인상 자가진단 및 도움요청 창구를 마련해 조기 발굴하고 대상자의 고립 정도에 적합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원할 예정이다. 여성가족부도 고립은둔 '청소년' 지원사업 초입에 들어섰다. 이들을 지원할 전담종사자들을 뽑고 교육하는 과정을 준비 중이다. 관련해서 전문가들은 고립·은둔이 지원사업에서 이들을 만나고 도움을 줄 종사자가 업무수행에 적합한 역량을 갖추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고립·은둔이들이 가진 개별적 상황과 욕구 등 특수성에 따라 제공되어야 할 서비스 접근은 기본적으로 장기적 인내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립·은둔이들은 이미 개인적 가정적 사회적 복합 요인으로 상처를 받은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정교하지 못한 종사자들의 접근은 되레 상처를 덧나게 할 수도 있고 벽을 더 견고하게 치게 할 수도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고립·은둔이 지원 종사자들이 원활한 지원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갖춰야 할 역량이 무엇이며 주의해야 할 부분에 대해 전문가들에게 들었다.
부족한 양질의 일자리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 격심한 양극화와 짖밟는 경쟁 환경 속에서 고립과 은둔 상황에 허덕이는 청소년청년이 늘어나고 있다. 관련해서 일부 지자체, 민간에서 이들의 자립생활을 위한 지원 활동을 했다. 최근에는 정부가 고립·은둔이들을 위한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시범사업 등을 통해 전국화를 예정한다.
21일 전문가들은 고립·은둔이지원사업에 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내심을 가지고 이들의 삶의 활력을 높이고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전문종사자들을 양성 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립·은둔이 전담지원자가 갖춰야 역량은
모세종 지속가능경영재단 고은인지원센터장 : 우선 사정 역량을 갖춰야 한다. 은둔인지 고립인지 그 정도가 어떠한지를 측정하고 구체적인 상태-욕구-필요, 그리고 서비스 이용 여건을 파악해 지원 계획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한다. 대상자와 유대를 형성하고 이들에게 적합한 기본·상시·특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또 사회적 자원을 잘 연계해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이들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기다리며 인내하고 포기하지 않은 자세와 태도가 필요하다.
김혜원 파이나다운 청년들 이사장 : 고립·은둔 청소년 청년 대상자와 가족을 지원한 경험자, 관련 사업 운영 유경험자, 상담이나 복지 등 공인 자격자 등이 필요하다.
황 현 사단법인 임마엘 센터장 : 지원활동가의 역량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고립과 은둔에 대한 전문성이다. 고립과 은둔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없다면 지원사업의 원활한 수행과 좋은 효과를 실현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다.
강석중 송파구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팀장(꿈드림은 2024년 여성가족부 시범사업 ‘고립·은둔청소년지원사업’에 참여 중) : 부모교육 프로그램이나 청(소)년 활동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할 능력이 필수적이다. 홍보물(포스터) 제작능력 및 SNS(인스타그램, 페이스북)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고립·은둔이와 가족 지원의 어려움은
모 센터장 : 고립·은둔이에게는 수치심 죄책감이나 사람과 사회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신을 감추고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관계의 단절 및 서비스 이용 중단이 빈번이 일어난다. 변화가 매우 천천히 일어나고 나아감과 물러남이 반복되곤 한다.
부모는 수치심이나 죄책감이 있으며 지치고 좌절 경험이 많아 정서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어 생활이 무너져 있거나 자녀를 이해하지 못하고 무엇을 어떻게 할지 모르는 경향이 있다.
김 이사장 : 고립·은둔 당사자는 자신의 변화가능성이나 지원 참여에 대해 의미를 갖기 어려워 한다. 일상의 작은 성공이 쌓여 사회참여가 이뤄질 수 있을지 회의적이고 포기하는 경우 많다. 이미 늦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이나 또래들과 비교해 자신이 절대 그들을 따라갈 수 없다는 생각에, 자신이 시도하고 있는 작은 성취들이 ‘원하는 정도’의 사회참여에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는다. 획기적이고 ‘완벽한’ 변화를 원하는 경우가 많아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에 좌절하고 철저한 실패라고 여기곤 한다.
부모는 자녀의 욕구나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희망에 따라 자녀가 진학 취업 활발한 대인관계 등에서 변화되기를 원한다. 자녀가 빠르고 획기적으로 고립·은둔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상담자나 지원가가 해주기를 요구하곤 한다. 극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크게 실망하고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길 포기하거나 다른 전문가를 찾아 다시 요구하곤 한다.
●고립·은둔이는 지원 접근에 차이는
모 센터장 : 고립이는 자신에 대한 부정 정도나 다른 사람과 사회에 대한 두려움 정도가 은둔이에 비해 낮다. 지원가와 관계 형성이 비교적 쉽고 다른 사람과 교류·공동 활동에 참여가 활발하다. 좋은 서비스와 조력을 충분히 받으면 비교적 사회로 잘 이행한다. 고립의 원인은 사회적 관계 자본의 부족 또는 결핍이라고 본다.
은둔이는 자신에 대한 혐오, 다른 사람과 사회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의 정도가 매우 높다. 지원가와 관계 형성이 어렵다. 다른 사람과의 교류와 공동 활동에도 참여가 어렵다. 좋은 서비스와 조력을 충분히 받아도 다시 운둔하는 것을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은둔의 원인은 청소년·청년기의 발달 과업인 사회화(자아성과 사회성 형성)의 좌절이다. 은둔이 진행단계를 고려하지 않고 고립이와 섞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은둔이가 참여하지 않거나 참여 중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김 이사장 : 대인관계와 활동성에 어려움이 더 큰 은둔 청(소)년의 경우 작고 소소한 목표를 정하고 이루기 위해 시도하는 게 필요하다. 예를들면 자신의 방에서 할 수 있는 하루 2끼 먹기, 방청소하기, 하늘 사진 찍기 등을 하고 인증샷 올리기를 시도한다. 이에 대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반면 고립이는 대상자가 원하는 바에 따라 보다 참여적이고 가시적인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가능하다. 예를들면 유사 경험 또래와 식사하기, 보드게임 카페가기, 운동경기 관람하기, 공원산책하기 등이다.
은둔이는 비대면 접촉, 자신의 공간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시도할 수 있다. 다수보다 1:1 접촉 방법이 좋다. 고립이는 대면접촉이나 외출을 통한 지원현장에서의 활동 참여, 집단상담과 활동 등 다수가 참여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김진선 노원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센터장 : 고립형은 타인과의 관계가 거의 없거나 단절되어 있는 상태로 기본적인 활동은 가능하지만 사람들과의 관계를 회피하는 경향이 높거나 대인관계 및 사회생활의 어려움을 겪는다. 예를 들어 한 청소년은 학교를 다니지만 학교에서 그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고, 점심식사도 하지 않고 집으로 바로 귀가하며 특히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 청소년은 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밤에는 자고 아침에 일어나는 일반적인 생활 패턴을 가지고 있다. 고립은둔이 시작될 증상이 보이는 아주 초기 단계 청소년들까지 이 고립형에 포함된다고 보고 지원해야 한다.
은둔형은 고립형의 극단적인 형태로 가족 이외의 사회적 교류와 단절한 채 한정된 공간에서 칩거하며 사회경제적 활동을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고립의 기간이 매우 길었으며 학폭이나 우울증 같은 여러 정신적 문제들과 복합적으로 섞여 초기에 관계를 맺기가 매우 어렵고 대화조차 할 수 없는(선택적 함구증) 사례가 있다. 은둔 시기가 길어지며 불규칙한 생활패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집을 방문했을 때 깨어있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고 문을 잠그고 열지 않아 오랜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한 경우 은둔이로 사례관리를 진행한다.
●고립이 지원에 주의할 점은
김 이사장 : 청소년은 학교중퇴, 학업관련 스트레스, 진학이 주요 관련요인이 된다. 청년은 진로역량 부족, 취업실패, 원하지 않는 취업준비 및 여건 등이 주요 요인이 된다.
모두 학교복귀·진학이나 진로준비·취업 등 눈에 보이는 문제 해결만을 노력한다면 이미 발생한 은둔과 고립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대신 은둔과 고립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었던 개인적 심리적 내면적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황 센터장 : 역량강화 프로그램에서 ‘조력과 관계 형성’ 프로그램으로 확대해야 한다. 역량강화 프로그램은 또 다른 경쟁의식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은둔이 지원에 주의할 점은
황 센터장 : 이 역시 경쟁적이지 않아야 한다. 높은 성취의식은 또 다른 좌절을 지원 사업에서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윤철경 지엘청소년연구재단 박사(은고협 이사장) : 은둔이는 거실까지 나오는 경우 해결하기 쉬운 사례로 판단하기 쉬우나 방에 자신을 가둔 경우가 해결하기 쉬울 수 있다.
부모가 이전에 윽박지르거나 요구나 잔소리가 많았거나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가 많았던 경우 자녀에 대해 좀 더 수용적이고 따뜻하게 대하는 등 의사소통 기술을 바꾼다면 자녀의 변화 가능성은 높아진다. 부모 관계에 어려움이 없는데 집으로 숨어들었다면 ‘경계선 지능’ 등 발달장애나 정신질환, 왕따나 학교폭력 피해 등을 고려할 수 있다.
많은 경우 ‘취업’ 등 어려움으로 은둔하게 됐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제 대부분은 일하는 환경에 들어가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이들의 심리적 문제 해결하기, 일에 대한 동기를 갖기, 일 경험을 하면서 자신감을 얻기 등 단계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들은 에너지가 아주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들이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 잡아끌면 연결의 끈이 아예 끊어질 수 있다. 뒤에서 받쳐주며 따라가 주는 자세로 지원해야 한다. 이들은 자신의 요구를 잘 표현하지 못하고 말하더라도 아주 망설이다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세심하게 듣고 꼭 반응을 해줘야 한다. ‘아! 그랬구나, 그래서 그랬구나’ 라고 들어주고 수용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족 지원에서 주의할 점은
모 센터장 : 자녀의 고립·은둔의 책임이 부모에게 있다고 강조하는 것은 고립·은둔을 너무나 단순화하고 잘못 접근하는 것이다.
윤 박사 : 부모가 여태까지 맺어온 방식에 수정할 부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인식하고 바꿀 수 있도록 접근해야 한다. 당사자는 지원받고 싶은 마음이 없을 경우 무엇을 제안해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들의 때가 되었을 때 그들이 나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질 때 나오기 때문에 가족들은 조바심을 내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려 줘야 한다.
가족이 체념 포기하려고 할 때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 자신이 힘이 빠지지 않도록 자기 자신을 돌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들이 당사자에게 자신의 우울 불안 분노를 투사하는 경우가 흔하다. 자녀의 감정과 부모 자신의 감정을 분리시킬 줄 알고 자녀의 마음을 공감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교육해야 한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