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이 지원에 더 섬세한 전문 역량 필요
문고리 만남도 잘하고
사정-상담-연계 능해야
고립·은둔 청소년 청년을 지원하는 전담지원관리자의 역량이 중요시되는 가운데 은둔이 지원을 맡는 경우 더 섬세한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학과 임상교수는 “대면 접촉을 피하는 은둔이와 문고리 상담도 잘해야 하고 전반적인 사정-상담-연계에 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은둔이는 사람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역량이나 기술이 부족하다. 외부로 찾아갈 정도면 은둔이는 아니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은둔이는 발굴하고 찾아간다. 은둔 사업은 연결이 어렵고 더 전문적이다. 당장의 취업·재활보다 사회 참여와 연결하는 것 자체에 더 강조된다.
은둔이는 병리적인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 문을 열어주지 않고 사회적 참여나 만남을 거부하는 성향이 강한 경우 굉장히 긴 시간이 필요하다. 아주 기술적인 상담도 필요하고 상담의 목표가 누군가와 마음 터놓고 얘기하는 관계 연결 자체가 돼야 한다.
문고리를 잡고 문 바깥에서 이야기하는 것부터 시작해 상대방이 반응없는 경우에도 만남을 계속해 가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때문에 종사자는 상당한 인내심과 경험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혼자 진행하기가 힘들다. 센터 팀차원에서 서로 지지하면서 팀적 훈련과 접근이 필요하다.
은둔과 고립에서 뚜렷한 주요 정신장애라고 부르는 조현병 조울증 우울증 이런 그룹은 보건복지적 서비스가 필요하다. 이런 경우 사례관리지원자는 정신의료적 지식이 청소년 청년에 대한 지식보다 훨씬 더 중요해진다.
고립·은둔 청소년 청년 중에는 중증 정신장애도 있고 신경증이나 사회공포증도 있으며 성격장애도 있다. 다양한 정신건강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무시해서는 개입에 성공하기 어렵다. 정신건강에 대한 이해부터 청소년, 청년문제에 대한 광범위한 이해를 갖춘 다양한 전문가의 개입이 필요하다. 그리고 교육 취업 자립을 위한 주거를 포함한 다양한 사회적 지원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이런 지원 없는 고립·은둔사업은 재고립·은둔으로 만든다.
청소년과 청년이 나와서 편하게 머무를 수 있는 보다 많은 공간, 프로그램, 지원받는 기관이 필요하다. 현재는 있을 곳이 너무 부족하다. 조금 더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고 참여할 수 있는 고립은둔 청소년과 청년에 적합한 시설과 기관을 갖추고 지원해야 한다.
고립 현상은 세계적으로 드문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은둔이 동아시아 특히 일본 한국에 유독 두드러지는 배경과 이유가 있다.
김 교수는 “은둔이나 히키꼬모리는 학교 안감, 이지메, 학교폭력, 왕따와 같은 사회적 상처가 많은 학교 생활과 부모의 높은 개입, 부모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가정 생활이 조건을 이루면서 사회적 자립, 부모로부터의 독립을 강조하지 않는 부모가 자녀를 끝까지 책임지는 문화에서 더 발생하는 것 같다”며 “사회적 자립을 강조하는 서구 문화에서는 부모도 자녀도 나가서 독립적으로 사는 것을 문화적 기반으로 하므로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고 집을 나가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에 니트(고립)가 문제이지 집에서 나가지 않는 게 문제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일본의 경우 히키꼬모리화 배경에 학교를 가지 않는 현상과 깊은 관련이 있었다. 우리나라도 부등교 학생이 증가하지 않도록 개입을 학교부터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