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특별법 당장 개정하라”
전세사기대책위원회 일주일 집중행동
정부 “주택도시기금 손실 우려” 반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21대 국회 회기 내에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며 일주일간의 집중 활동에 나섰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열고 “전세사기 피해자를 구하기 위해 전세사기특별법을 지금 당장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지난해 전세사기 피해자들 죽음이 잇따르자 6개월마다 보완입법을 추진하기로 합의하고 전세사기특별법을 제정했지만 피해자들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21대 국회 종료를 앞두고 정부여당은 근거도 없이 ‘선구제 후회수’ 방안에 수조원의 재정이 소요된다며 특별법 개정을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정부여당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피해자들은 시간이 없다. 정부여당은 이제라도 특별법 개정에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어 “28일 국회 본회의에 개정안이 상정될 때까지 1인 시위를 계속하고 24일에는 전국 동시다발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전세사기 피해자를 선구제 후회수 방식으로 지원하는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 이달 2일 민주당 등 야권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바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공공이 전세사기 피해자를 먼저 구제하고 비용은 나중에 회수하도록 한 것이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전세보증금 반환채권 매수를 요청하면 공공기관이 그 가치를 평가해 매입하는 방식이다. 이후 공공은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거나 주택을 매각해 자금을 회수하도록 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 등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주택도시기금에서 1조원 이상 손실이 난다며 우려하고 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 13일 “야당안의 재원인 주택도시기금은 무주택 서민이 내집 마련을 위해 저축한 청약통장을 기본으로 하며, 언젠가는 국민에게 돌려줘야 할 부채성 자금”이라며 “수조원으로 예상되는 손실이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면서 개정안 처리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민주당은 28일 본회의를 열어 주요 쟁점 법안을 상정하면서 이 개정안도 처리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소요 예산 입장차 = 이철빈 대책위 공동위원장은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채권을 매입하게 되면 최우선변제금도 못 받는 분들에 대해서는 세금이나 기금이 투입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채권을 장시간 천천히 경·공매를 통해 회수하면 된다”면서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몇조원 이상의 손실이 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국민들에게 혈세낭비 프레임으로 공포감을 심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18일 국토부 발표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전세사기특별법 시행 이후 10개월간 피해자지원위원회가 인정한 피해자는 총 1만5333명으로 평균 보증금 액수는 1억4000만원이었다.
반면 대책위가 지난해 8~9월 자체적으로 실시한 피해자 실태조사 결과 전세사기 피해자 수는 2만5000명이었다. 대책위는 최우선변제금조차 받지 못하는 후순위 임차인을 대상으로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을 매입해 구제하는 경우 소요 예산이 4875억원이라고 추산했다.
이 위원장은 “28일 마지막 본회의가 예정되어 있는데 이때를 넘기면 특별법 개정을 언제 할 수 있을지 모른다”며 “피해자들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도 민생을 외면하지 말고 국회의 뜻을 존중해 개정안이 즉각 시행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