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분양주택 지원책…시장 반응 ‘미지근’
인민은행 3000억위안 규모 대출 지원 발표
“규모 작아, 완전히 시행될지도 불투명” 평가
중국 정부가 부동산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미분양 주택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지원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원 규모가 너무 작아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20일 블룸버그는 “최근 몇달 동안 중국의 신규 주택 판매 감소가 가속화됐고 가계는 기존 주택 구입을 선호한다”면서 “이로 인해 미분양 주택과 빈 토지의 재고가 수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늘어나 신규 건설이 위축되고 대형 국유 기업을 포함한 개발업체의 채무 불이행이 늘어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17일 발표된 새로운 지원 프로그램은 인민은행이 3000억위안(약 56조원) 규모의 자금으로, 미분양 주택 재고를 매입하는 국영 기업에 대한 은행 대출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미분양 주택 재고에 비해 지원 규모가 제한적이며 이 프로그램이 완전히 시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 당국은 중앙은행 프로그램을 통해 5000억위안 규모의 은행 대출을 장려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이는 수조위안으로 추산되는 중국 내 미분양 아파트 가치의 일부에 불과하다.
리성 왕이 이끄는 골드만삭스 그룹 이코노미스트들은 “획기적인 주택 완화 조치(주택 재고 정리를 포함)에는 지금까지 사용 가능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며 “미분양 주택 재고를 2018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7조7000억위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은행들이 새로운 프로그램을 얼마나 활용할지도 미지수다. TS 롬바르드의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인 로리 그린은 “은행들이 참여하면 자금 집행의 속도와 효율성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임대주택 사업을 목적으로 한 인민은행의 시중은행 대출 프로그램은 전체 자금의 2%만 활용되는 등 활용률이 저조했다. 새로운 미분양 주택 재고 감축 계획은 이미 8개 도시에서 시범 운영됐으며 인구 유입이 있는 지역에서 가장 잘 작동했다. 하지만 대도시는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
개발업체들이 기존 프로젝트를 완공할 수 있도록 은행 대출을 늘리기 위해 당국은 지원 가치가 있는 개발사업을 식별하는 ‘화이트리스트’ 작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당국에 따르면 지난 1월에 도입된 이 계획에 따라 승인된 대출 금액은 9000억위안이 넘었다.
그러나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1~4월 동안 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대출을 6000억위안 미만으로 조달한 부동산 회사에는 자금이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한 수치다.
화이트리스트 프로그램은 개발업체의 채무 불이행이 수익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상업 은행에 의해 제한된다. 대출 기관은 이미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췄으며 추가 인하를 꺼릴 수 있다.
미즈호 증권 아시아의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인 세레나 저우는 “이 정책의 영향은 은행의 이자율 마진 압박에 의해 제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방 정부가 부동산 개발업체로부터 미사용 토지를 매입하도록 장려하는 프로그램도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많은 지방 정부가 이미 재정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 정부는 연간 3조9000억위안의 채권 차입 할당량 중 일부를 새로운 계획에 사용할 수 있지만, 그 중 대부분은 이미 인프라 프로젝트에 할당돼 있다.
앱솔루트 스트래티지 리서치의 신흥시장 이코노미스트 아담 울프는 “지방 정부가 토지에 대해 ‘개발업체가 지불한 금액에 가까운 금액’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면서 “개발업체가 토지 자산에 대한 손실을 인식해야 한다면 현금 흐름 문제뿐만 아니라 지급 능력 문제를 인식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