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중 관세인상, 경제 불확실성 커져”
최상목 부총리, 제3차 대외경제자문회의 주재
“기업 맞춤형 대응 필요 … 정책적 지원” 강조
미국의 대중 관세인상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는 정부 진단이 나왔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미국의 대중 관세인상 등 최근 통상 정책과 관련,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는 정책 지원을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전문가들과 함께 올해 3번째 대외경제자문회의를 열고 경제·통상 현안을 점검했다. 회의에는 조상현 국제통상무역연구원장, 이승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센터장 등이 참석했다. 대외경제자문회의는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4월 비상설 회의체로 시작됐으며,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의견을 듣고 정책 수립에 참고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미중 동향, 주시해야” = 최 부총리는 최근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180억달러 상당의 전략품목에 대한 관세 인상을 발표함으로서 세계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 부총리는 “최근 우리 경제는 7개월 연속 수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과거 무역 분쟁 사례와 미·중간 교역 현황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대비 태세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기업 유형별로 맞춤형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중국 측 동향에 대해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중국 내 한국 기업과 중국에 수출하는 기업, 미국 등 기타 시장에서 중국 기업과 경쟁하는 기업 등 유형별로 파급 효과가 다를 수 있는 만큼, 이를 고려한 대응이 필수적이라는 의미에서다.
최 부총리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우리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론 우리 기업 반사이익” = 최근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배터리 등 주요 품목 관세를 대폭 인상키로 하면서 국내 산업계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정부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 대응을 위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태양광, 배터리, 전기차, 철강 및 알루미늄, 주요 광물, 반도체 등이 이에 해당한다.
최근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대중 첨단 반도체 수출통제 결단을 내린 데 이어 고율 관세까지 부과하는 등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중국 압박에 본격 나서는 모양새다.
관세 인상 대상은 전기차·배터리·배터리 부품·배터리 광물·반도체 등 중국산 첨단·핵심산업 제품군이다. 이들 규모는 180억 달러로 대중 수입 제품의 약 4% 수준이다.
인상 시기는 대부분 올해부터다. 인상 폭은 제품별로 다르지만 최소 2~4배 가량 상향조정됐다. 특히 중국산 전기차 관세가 기존 25%에서 100%로 크게 오른다. 배터리와 배터리용 부품은 7.5%에서 25%로, 배터리용 광물은 0%에서 25%로 각각 인상된다.
중국 정부는 ‘맞보복에 나서겠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중국은 단호히 반대하며 엄정한 교섭을 제기한다”며 “미국은 즉각 잘못을 시정하고 중국에 부과한 추가 관세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중장기 리스크 커질 수도 = 미국의 대중 관세 인상으로 당장은 한국 기업이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도 나오지만 업계 반응이나 전문가 진단은 조심스럽다. 미중 무역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글로벌 무역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배터리업계가 직면할 위협이 상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 광물과 부품에까지 관세를 높게 책정하면서 한국 배터리 기업들에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기차 배터리에 필요한 광물 가운데 중국 생산 비중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배터리 음극재의 필수 광물인 흑연은 글로벌 시장 내 중국의 생산 비중이 80%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중 수입 비중은 천연흑연과 인조흑연 모두 95%를 넘었다. 시장(미국)과 원자재(중국) 등 각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배터리 기업들로선 상당히 난처한 상황에 놓인 셈이다.
‘중국산 배터리 광물 및 부품 가격 상승→배터리 가격 상승→전기차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전기차 수요 자체가 더 줄어들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이 경우 역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매출 및 영업이익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