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기구 “라파 식량배급 전면중단”
UNRWA “이스라엘군 공격에 창고 접근 불가” … 가자 임시부두 구호품 수송도 ‘불안’
UNRWA는 이날 가자지구 및 서안지구 상황보고서를 통해 “라파 동부에서 계속되는 군사 작전으로 라파의 구호품 배급소와 세계식량계획(WFP) 창고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축 식량이 부족한 데다 치안 불안으로 라파에서 식량 배급은 현재 중단된 상태”라고 전했다.
UNRWA는 “라파에서 진행 중인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은 구호 기관이 가자지구에 필수 인도주의 물자를 반입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이번 보고 기간(13~19일) 동안 국경은 단 이틀 동안만 개방됐으며, 케렘 샬롬과 라파 육로를 통해 가자지구로 들어온 트럭은 48대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작전과 관련, 보고서는 “가자지구 전역에서 공중, 지상, 해상 폭격을 포함한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계속돼 민간인 사상자와 이재민이 발생하고 주거 시설과 필수 민간 기반시설이 파괴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스라엘의 지상 공격은 특히 가자시티 남부 지역과 라파 동부, 특히 카렘 아부 살렘 및 라파 교차로 주변에서 계속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공습과 대피 명령으로 인해 수차례 피란을 했던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다시 이동하고 있다. 보고서는 19일 기준으로, 이달 6일 이후 라파에서 발생한 이재민 수가 약 81만 5000명에 이르고, 가자지구 북부에서 추가로 1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UNRWA는 “라파에 있는 유엔난민기구 대피소는 대부분 비워졌고,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은 칸 유니스와 데이르 알 발라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라파에 하마스 지도부와 잔당 그리고 지난해 10월 끌려간 자국 인질들이 있을 것으로 보고, 라파를 공격해야만 하마스 해체와 인질 구출 등 전쟁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수십만명의 피란민이 몰린 라파에서 본격적인 시가전이 벌어질 경우 엄청난 민간인 피해가 우려된다며 만류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라파 전면전을 감행할 경우 공격 무기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스라엘군은 지난 6일부터 라파 동부지역에 피란민 대피령을 내리고 탱크 등을 진입시키는 등 군사적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20일까지 라파에 있던 민간인 약 95만명을 대피시켰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유엔 기구인 WFP는 가자지구 해안의 임시 부두를 통해 반입된 인도주의 구호품을 내륙 창고로 이동시킬 새로운 접근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군이 건설한 가자지구 임시 부두를 통해 지난 17일 구호품 반입이 시작됐으나, 18일 수송 도중 구호품 약탈 사태가 발생하면서 이날까지 사흘째 구호품 운송이 중단된 상태다.
미군은 가자지구 내 인도주의적 구호 지원 확대를 위해 지난 3월부터 임시 부두 건설을 추진해왔고, 이달 16일 가자지구 해변에 임시 부두를 접안시킨 바 있다. 임시 부두 운영에는 3억2000만달러(약 4300억원)가 소요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유엔은 같은 날 가자 중부 도시 데이르 알발라에 있는 세계식량계획(WFP) 창고에 유엔이 계약한 수송업체가 임시 부두에서 실어 나른 트럭 10대분의 식량이 도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18일에는 트럭 16대 가운데 11대가 수송 도중 약탈당하는 바람에 5대 분량의 구호품만 창고에 도착했다.
아베에르 에타파 WFP 대변인은 “군중을 피할 수 있는 새로운 경로를 사용한 운송 임무가 계획됐다”며 약탈을 피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WFP 측은 인도주의적 구호품을 안전하게 운송하는 데 필요한 조건을 이스라엘이 제공하지 않는 이상 부두를 통한 운송 프로젝트가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