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32사단 신병교육대 수류탄 사고
훈련병 사망·소대장 중상
“안전핀 뽑고 던지지 않아”
육군 제32보병사단 신병교육대(신교대)에서 수류탄이 터져 훈련병 1명이 숨지고, 소대장 1명이 크게 다쳐 국군 수도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21일 군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50분께 세종시에 있는 육군 32사단에서 신병교육대에서 수류탄 투척 훈련 도중 수류탄이 터졌다. 안전핀을 뽑은 A훈련병(20대)이 수류탄을 던지지 않고 그대로 손에 들고 있자, 이를 지켜보던 소대장 B(30대)씨가 제지하는 과정에서 폭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A 훈련병은 심정지 상태로 국군대전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B씨는 손과 팔 등에 중상을 입고 국군수도병원으로 긴급 이송됐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은 숨진 훈련병과 소대장 모두 방탄복을 입고 있었다고 밝혔다.
육군과 경찰은 주변 훈련병 등 목격자를 대상으로 수류탄 핀을 제거한 후 벌어진 상황, B씨가 다친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날 전체 대상 훈련병은 235명으로 상당수 훈련병이 사고 현장을 목격했다. 신교대 수류탄 투척 훈련은 전체 6주의 훈련 기간 중 후반부인 4~5주 차에 진행한다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육군본부는 사고 직후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실수류탄 대신 연습용 수류탄을 사용하도록 전 군에 지시했다. 또 유족지원팀을 파견해 필요한 제반 사항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아울러 수도병원에 입원해 있는 소대장 B씨의 치료를 돕고, 사고 현장에 노출됐던 훈련병들의 심리적 안정을 돕기 위한 정신건강팀도 운영하기로 했다.
이번 사고로 수류탄 투척 훈련의 안전성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잦은 사고 때문에 수류탄 투척 훈련이 중단됐다가 재개한 지 5년 만에 또 안전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9월 경북 포항의 한 해병대 부대에서 수류탄 투척 훈련 도중 갑자기 수류탄이 터져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쳤고, 이듬해인 2015년 9월 11일 대구의 한 육군 신병교육대에서도 투척 훈련 도중 훈련병이 들고 있던 수류탄이 갑자기 터져 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국방부는 이후 두 사고를 일으킨 수류탄이 같은 생산라인에서 만들어진 것을 확인하고 동일 제품 5만5000여발을 전량 회수해 조사를 벌였으나 명확한 원인을 찾지는 못했다.
군은 대구 사고 이후 전군을 대상으로 신병교육대 수류탄 투척 훈련을 중지시키고, 수류탄 개량화, 훈련지침, 안전대책 등을 보강한 뒤 2019년부터 재개했다.
군 당국은 안전핀을 뽑더라도 곧바로 폭발하지 않도록 신관을 장착한 수류탄을 개발해 보급했고, 안전핀을 뽑을 때 작동 사실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부품을 추가하거나, 수류탄 표면에 미끄럼방지 엠보싱을 부착하는 등 편의성과 안전성을 높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여전히 안전사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육군 관계자는 “훈련에 사용된 것은 경량화 세열수류탄으로 폭발 위험을 줄인 신형으로 파악됐다”며 “경찰과 함께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