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산단 조성’ ‘지역 현안’ 동시 해결한다

2024-05-22 13:00:09 게재

평택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합의

정부·지자체 타협 이끌어낸 선례

“평택호의 중점관리저수지 지정, 수질 자동측정소 2곳 설치, 수질정화습지 조성 …”

지난 4월 17일 정부와 경기 평택시가 합의한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의 성공적 조성과 상생협력 증진을 위한 협약서’에는 정부의 역할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4쪽 분량의 협약서 내용은 모두 6개 조항이 담겼다. 지정된 지 45년 된 상수원보호구역을 해제해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동시에 정부가 평택지역의 최대 현안인 수질 개선을 책임지고 이뤄낸다는 내용이다. 때문에 이번 협약을 두고 정부와 지자체가 협상을 통해 국가사업과 지역현안을 동시에 해결하는 타결책을 이끌어낸 첫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4월 17일 열린 용인 첨단시스템 반도체 국가산단 상생협약 체결식. 사진 평택시 제공

◆국가산단 계획 발표로 불거진 갈등 = 지난해 3월 정부가 용인 남사에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계획을 발표하자 용인시와 평택시 간 갈등이 재현될 것으로 보였다. 사업대상지 일부가 송탄상수원보호구역에 포함돼 있어 보호구역 해제 문제가 또 불거졌기 때문이다.

송탄상수원보호구역은 평택 진위면과 용인 남사읍 일대 3.8㎢ 규모로 1979년 지정됐다. 이후 보호구역 해제 여부를 두고 용인시와 평택시의 갈등이 시작됐다. 용인시의 경우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며 해제를 요구했고 해제 권한이 있는 평택시는 수질 보호와 취수원 확보를 위해 보호구역을 유지했다.

지난 2015년에는 두 지자체 간의 갈등이 극에 달했다. 용인시는 당시 시장을 포함한 대규모 인원이 평택시청 앞에서 농성 시위를 펼쳤고 평택시의회에서는 삭발식을 강행하며 맞섰다. 이듬해인 2016년 용인시·평택시·안성시가 공동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수용하기로 합의하면서 갈등이 봉합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듬해 도출된 연구결과에 3개 시 모두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갈등이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3월 국가산업단지 조성계획이 발표돼 지자체 간 갈등이 점쳐졌다.

하지만 1년여 만인 지난 4월 17일 평택시와 용인시, 그리고 국토교통부, 환경부, 산업통상부, 경기도, 한국토지주택공사, 삼성전자 등이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골자로 하는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평택시가 보호구역 해제 결정을 내려 가능했다.

◆평택시 요구사항 대부분 반영 = 평택시가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결정함에 따라 지역주민과 환경단체 등의 반발이 예상됐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반발은 크지 않았다. 평택시나 지역주민들 입장에서 이번 협약이 ‘밑지는 장사’가 아니었다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평택시가 해제 결정에 앞서 7차례의 주민설명회를 통해 현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여론을 수렴했던 점도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실제 평택시가 요구했던 사항 대부분이 협약에 담겼다. 우선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로 송탄 취수장에서 취수하던 물 이상을 얻어냈다. 협약에 따르면 평택시는 하루 15만톤의 용수를 팔당 상수원에서 추가로 공급받기로 했다. 해당 물량은 애초 평택의 삼성전자 사업장이 확대될 때 공급하기로 예정된 수량이지만 이를 일반 상수도로 돌리기로 했다. 대신 삼성전자에는 향후 바닷물을 담수해 공급할 예정이다.

평택의 수질 개선을 위한 정부의 역할도 협약서에 명시됐다. 무엇보다 평택호가 중점관리저수지로 지정될 경우 현재 4등급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 평택호 수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평택호로 흐르는 하천을 정부 차원에서 관리하게 된다. 이 경우 송탄상수원보호구역이 포함된 진위천은 물론 평택의 주요 하천인 안성천도 수질이 개선될 수 있다고 평택시는 내다보고 있다.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로 평택 진위면 일대가 개발이 가능해진다. 평택시는 이 지역에 주거·문화·산업이 어우러지는 친환경 복합개발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도로망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정장선 평택시장은 “평택시로서는 대승적 차원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며 “긴밀한 협력을 통해 어렵게 성사된 협약인 만큼 정부의 책임 있는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시장은 “이번 국책사업이 ‘오히려 자연환경 회복으로 이어진 대규모 개발’이라는 선례가 돼 향후 국내 개발사업의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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