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사건, 제일 중요한 업무”
오동운 신임 공수처장 “성실히 수사”
‘VIP격노설' 김계환·박정훈 대질 불발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관심이 모아진다. 때마침 오동운 신임 공수처장이 임명되면서 채 상병 수사외압 의혹 수사에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오 신임 처장은 22일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처장으로서 제일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니까 잘 챙기겠다”고 밝혔다.
오 처장은 이날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빨리 보고받고 업무에 차질이 없게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어 여야 합의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오 처장 임명안을 재가했다. 오 처장은 22일 오후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 취임식을 갖고 공수처장으로서의 업무를 본격 시작한다.
윤 대통령의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가 정국의 핵심 이슈로 부상하면서 공수처 수사에 이목이 집중되는 만큼 오 처장이 차질 없이 수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잘 챙기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오 처장은 ‘대통령도 성역없이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아직 사건에 대해 보고받지 않아서 말씀드릴 순 없고 (인사청문회에서) 원칙론적으로 그런 말씀을 드렸다”며 “공수처 조직이 생겨난 여러가지 맥락에 부합하게 성실하게 수사를 해 나갈 생각”이라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오 처장은 청문회에서 윤 대통령도 소환할 수 있느냐는 질의에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사건에 대해 답을 내릴 수 없지만 일반론으로는 동의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공수처는 21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4시간 가량 조사했다.
해병대 최고 지휘관인 김 사령관은 지난해 7~8월 채 상병 순직사건을 초동 수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윗선의 외압이 가해지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당시 박 전 단장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간부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북경찰청에 이첩하려하자 김 사령관이 이첩을 보류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김 사령관은 대통령실과 국방부 등 윗선과의 연결고리로도 지목된다. 박 박 전 단장은 김 사령관으로부터 “국방부에서 경찰 인계 서류에서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빼라고 한다”며 “대통령실 회의에서 VIP(윤석열 대통령)가 격노하면서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단장은 “정말 VIP가 맞느냐”고 물었고 김 사령관이 고개를 끄덕였다고도 했다. 이같은 대화가 이뤄진 날 김 사령관은 당시 박진희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 임기훈 국가안보실 비서관과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령관은 “VIP 언급 자체를 한 사실이 없다”며 부인해왔다.
공수처는 이날 오후 박 전 단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공수처가 ‘VIP 격노설’ 관련 상반된 주장을 해온 두 사람을 동시에 부른 만큼 대질조사가 이뤄질지 관심을 모았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공수처는 김 사령관측이 “해병대가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서 해병대를 책임지고 있는 최고 지휘관과 부하가 대면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해병대에 더 큰 상처를 줘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대질조사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조사를 마치고 검찰을 나온 김 사령관은 ‘대질신문을 하는 게 오히려 해병대에 이롭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박 전 단장측 법률대리인인 김정민 변호사는 조사가 끝난 뒤 “저희는 대질조사를 원했으나 김 사령관이 강력히 거부해 불발됐다"며 "제대로 진술을 못하는 상황에서 지휘권을 걱정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김 사령관을 비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