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줄이고 밀원수 확대해야 꿀벌 살린다”
산림청 밀원수숲 매년 3600㏊씩 조성
환경단체 “농약 항공방제 줄여야” 지적도
꿀벌 실종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마련되는 가운데 정부와 환경단체가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어 민·관 협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밀원수(꿀샘나무) 확대에 재정을 추가 투입하고 환경단체가 주장하는 농약 항공방제를 줄이는 방안이 함께 추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산림청은 생태계 보호에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꿀벌을 보호하고 양봉산업 육성과 지원을 위한 밀원숲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22일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 사육봉군 밀도가 세계 1위로 양봉가구수와 봉군수, 사육규모가 증가하고 있어 꿀벌의 먹이 경쟁이 심각해지는데 따른 조치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해 꿀 생산을 돕는 주요 밀원수(꿀샘나무)인 아까시나무의 남북부 개화시기 차이가 줄어 채밀 기간이 줄어드는 문제점도 극복해야 한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양봉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유림에 매년 여의도면적 13배(3600㏊)에 달하는 밀원수숲을 조성할 계획이다.
꿀벌 실종 위기에 대처하는 정부의 밀원수 공급 계획과 달리 환경단체는 농약 등 살충제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환경연합은 “합성살충제를 통한 화학방제가 계속되고 있다”며 “숲과 공공녹지에서 모든 종류의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와 고위험 농약 사용을 금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농약독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해당 작물의 개화기에만 살충제를 살포하지 말라는 수준의 기준만 마련한 점도 지적했다.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 전문위원은 “산림청은 그간 소나무재선충을 방제한다며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를 숲의 공중에서 광범위하게 살포해왔다”며 “고위험 살충제가 숲과 공공녹지에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농약독성을 관리하는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를 외면하고 있으며 가장 앞장서야 하는 환경부가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산림청은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약제는 약효와 독성 등을 시험해 안전하다고 인정된 농약만 사용한다는 입장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 결과 소나무재선충병 예방주사를 놓은 소나무에서 나오는 송화가루도 인체에 유해한 수준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산림청은 “송홧가루 크기가 커 폐까지 유입될 가능성은 희박하고 인체에 흡수되더라도 양이 적어 해로운 수준이 아니다”라며 “소나무재선충병은 한번 걸리면 소나무가 100% 고사하는 치명적인 병충해로 아직 개발된 치료제가 없어 나무주사가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산림청은 다만 공중에서 살포하는 항공방제의 위험성은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지난해부터 일괄적 항공방제가 아닌 정밀드론 방제를 시행하고 있다. 산림청은 “소나무재선충병 방제가 꿀벌 실종 문제를 일으킨다고 증명되지 않았다”면서 “다만 농약문제를 줄여나가기 위해 재선충병을 이겨내는 내병성 품종을 연구하고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방제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일은 유엔(UN)이 지정한 ‘세계 벌의 날’(World Bee Day)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 가운데 70% 이상이 꿀벌의 수분(꽃가루가 암술머리에 옮겨붙는 것)으로 열매를 맺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주요 작물 75종 중 52%에 달하는 농작물이 꿀벌 수분에 의존한다.
하지만 최근들어 꿀벌이 월동 전후로 집단 폐사하는 등 심각한 실종 위기 사태를 맞았다. 원인은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기후변화와 함께 과도한 농약사용 등이 지목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서울시가 처음으로 꿀벌 실종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네오닉계 농약’ 사용 중단을 선언해 주목받았다. 해당 농약이 꿀벌의 생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들어 국내 지자체 중에선 처음으로 제도적 조치를 취한 것이다.
꿀벌 생존을 위한 밀원수 확대도 중요한 과제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양봉업계 선호 밀원자원에 대해 한그루당 꽃 피는 양, 꽃꿀(화밀)분비량, 나무의 생장특성 등을 분석해 쉬나무 헛개나무 광나무 피나무 등 단위 면적당 꿀 생산량이 우수한 수종을 발굴하고 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