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VIP 격노설’ 추가 진술 확보
해병대 간부도 “김계환 사령관에게 들어”
오동운 “고관대작도 법 피해갈 수 없어”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으로부터 ‘VIP(윤석열 대통령) 격노설’을 직접 들었다는 해병대 간부의 진술을 추가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발단이 된 ‘VIP 격노설’ 관련 증언이 추가로 나오면서 공수처가 대통령실 등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할지 주목된다. 새로 공수처를 이끌게 된 오동운 신임 공수처장은 성역 없는 수사 의지를 밝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최근 해병대 관계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한 해병대 간부로부터 ‘해병대수사단의 조사결과를 보고받은 VIP가 격노했다는 이야기를 김 사령관에게서 들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김 사령관으로부터 ‘VIP 격노설’을 들었다며 윤 대통령의 격노가 국방부와 대통령실이 수사 외압에 나선 배경이라 주장해왔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다른 해병대 간부의 증언이 나온 것이다.
박 전 단장을 대리하는 김정민 변호사는 22일 한 유튜브 방송에서 “(공수처가) 대통령 격노 부분 진술을 일부 확보했고 진술을 뒷받침하는 녹취 파일이랄지 이런 것들이 다 채증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지난 21일 김 사령관을 조사하면서 해당 진술을 토대로 VIP 격노설의 진위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 사령관은 VIP 자체를 언급한 적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이에 공수처는 박 전 단장과의 대질신문을 시도했으나 김 사령관측 거부로 성사되지 않았다. 대질신문에 적극적으로 응한 박 전 단장과 달리 김 사령관은 “대질하면 조사실에서 나가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고 한다. 공수처가 박 전 단장 외에 해병대 간부로부터 ‘VIP 격노설’ 관련 진술을 확보한 만큼 채 상병 사건 수사에 대한 대통령실의 개입 정황을 파악하는 데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오 처장은 22일 취임식에서 “법은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고 하여 그 편을 들지 않는다”며 “고관대작이라고 하여 법을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채 상병 수사외압 의혹 등 공수처가 맡고 있는 사건을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그는 취임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공수처는 살아있는 권력, 고위공직자에 의해 벌어지는 범죄에 대한 수사 권능을 가진 아주 중요한 국가 독립기관”이라며 “국민의 기대에 부끄럽지 않게 절치부심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선 “보고는 못 받았다”며 “수사진과 협의해 수사에 차질이 없도록 열심히 그 사건에 매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