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회계사 회장 선거 ‘예측 불가’ 접전…‘흔들림 없는 회계개혁’ 강조
오늘 후보등록 마감 … 나철호·이정희·최운열 3파전
‘강한 회계사회’ 내세워 … ‘당국 과도한 개입’ 대응
공약 대부분 비슷 … ‘실행 가능성 여부’ 당락 가를 듯
내달 한국공인회계사 회장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이 ‘강한 회계사회’를 내세우며 당선 후 금융당국과의 대립을 예고하고 나섰다. 당국의 회계개혁 후퇴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뿐만 아니라 회계법인들을 상대로 한 금융감독원의 품질관리감리가 과도하다는 업계의 불만을 반영해 강경대응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24일 차기 회장 등 임원 선거를 위한 입후보자 등록을 마감할 예정인 가운데 이날까지 나철호 재정회계법인 대표, 이정희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회장, 최운열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가나다 순)이 후보 등록을 마쳤다고 밝혔다. 회계업계에서는 추가 출마자가 더 이상 없을 것으로 보고 이들 3명 후보의 치열한 3파전을 예상하고 있다.
후보자 3명은 모두 회계개혁의 근간이 되는 ‘신외감법’을 지키겠다는 공약을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고 있다. 회계개혁의 중심축인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상장회사 등이 6년간 감사인을 자유선임했다면 이후 3년은 금융당국이 외부감사인을 직접 지정)가 기업들의 반발로 점차 완화되거나 무력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대 국회에서 주기적지정제 법제화에 역할을 한 최 전 의원은 “신외감법을 지키는 것이 제가 출마한 가장 큰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평가한 회계투명성 순위에서 한국이 아직까지 40위권에 머물고 있는데, 최소한 20위 전후로 올라오기 전까지는 신외감법 정신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전 의원은 “투명사회 정착은 국가적인 과제”라며 “단순히 기업의 투명성뿐만 아니라 공인회계사의 역할은 사회 전 영역의 감사 등으로 확대됐고, 투명사회를 만들기 위한 기초”라고 말했다.
이정희 회장과 나철호 대표 역시 ‘신외감법 수성’을 공약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 회장은 “22대 국회의원 선거에 4명의 공인회계사가 당선된 만큼, 이들과 함께 국회 내에 가칭 ‘회계정책포럼’을 만들어서 주기적지정제를 지키고, 회계산업의 중장기적 정책을 수립하는데 공인회계사회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나철호 대표 역시 주기적 지정제 유지를 위해 ‘강한 회계사회’를 만들겠다는 공약과 함께 감사인에게 부과된 과도한 법적 책임을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후보자들은 회계산업을 감독하는 현재 금융당국의 전반적인 체제를 바꾸는데도 힘을 쏟겠다는 입장이다. 감독당국과의 일전도 불사하겠다는 분위기다. 회계법인들을 상대로 한 금융당국의 감리가 지나치다는 업계의 불만에 후보자들도 강경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 회장은 “감독당국의 업무방식과 감리기준이 비합리적이고 지나치게 과잉”이라며 “감독당국과 회계산업의 관계를 수평적인 협력관계로 대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인 감사품질을 보장하는 감리 범위를 넘어서는 것은 사기업과 마찬가지인 회계법인의 사적자치 원칙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 대표 역시 감독당국의 감리 대상이 감사부문을 넘어 회계법인의 인사와 노무, 경영 전반까지 확대하는 것은 심각한 내정간섭이라며 이를 해소하는데 힘쓰겠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최 전 의원은 공약을 통해 공인회계사회의 위상을 재정립하겠다며 국회, 금융위원회, 금감원 등을 상대로 한 공인회계사회의 입지 강화를 표명했다.
회계업계에서는 후보자들의 공약이 대부분 비슷하다며 어느 후보가 실제로 공약을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의지가 있는지 여부가 표심을 좌우하고 당락을 가르게 될 것이라는 분위기다. 최 전 의원은 ‘힘있는 정치인 출신’임을 앞세우면서 국회와의 관계에서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회장은 오랜 기간 대형 회계법인에서 근무하며 조직 수장까지 오른 경험과 평소 두터운 정치권 인맥과 인적 네트워크를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나 대표는 이번주 초 중견회계법인(14곳) 협의회 의장단이 후보자들을 초청해 모인 자리에서 “목숨을 바치겠다”고 발언하는 등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번 선거는 이전과 달리 대형 회계법인 등이 특정 후보자를 공공연하게 지지하는 입장을 밝히기 어렵게 된 만큼 판세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40대 이하 회계사 비중이 75%에 달하고 전자투표로 진행되기 때문에 표심을 예측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한 회계법인의 파트너 회계사는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며 “선거 공약에 차이가 크지 않아서, 업계의 이해를 대변하고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주장이 회계사들의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에 후보자들이 갈수록 목소리를 더 강하게 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