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도 대체 어려운 건설일자리, 청년층 진입과 육성 필수
옥외 노동과정, 작업표준화 어려워 기계화·자동화도 한계
건설기능인의 고령화가 심각하더라도 인공지능(AI)를 비롯한 4차산업혁명 수단으로 숙련인력을 대체할 수만 있다면 사회적 걱정거리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지난해 만난 스마트건설 전문가는 “AI 또는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과의 융합 등이 건설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에 따르면 건설현장에도 기계사용 터파기, 드론, 3D 프린팅, 공장제작, 건설로봇, 모바일 인터페이스, 건식화 등의 신기술이 도입됐다. 하지만 실제로 기능인의 투입을 감소시킨 것은 극히 일부라고 한다. 그는 “다만 드론 및 센서 등 ICT 기기의 활용을 통해 안전 및 공정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는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건설현장에서 사람을 대체하기 어려운 이유는 생산물이 지닌 ‘고착성’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고착성이란 생산물이 땅에 붙어 있다는 것으로 생산장소가 실내가 아닌 실외일 수밖에 없게 만든다. 추위·바람·폭염 등의 기후적 요인에 노출되고, 수평·수직으로 분산된 공간의 고르지 않은 바닥과 높은 곳에서 노동과정이 이뤄진다. 이러한 여건은 표준화를 어렵게 해 기계화 및 자동화의 한계로 이어지고 대체하기 어려운 사람의 숙련은 더욱 중요해진다.
2015년에 4차 산업혁명의 진원지인 독일의 건설훈련센터에서 만난 마이스터는 그때 벌써 건설기능인 대체의 한계와 숙련의 중요성 증가를 예견했다. 그는 “건설현장의 자동화 및 기계화는 자동차공장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펠자동차 공장의 경우 실내 온도와 습도 등을 통제해 표준화할 경우 무인화까지도 가능하지만, 실외의 분산된 건설현장의 경우 한계가 있다. 건설현장의 기계화 및 자동화는 무인화가 아니라 숙련인력을 중심에 놓고 그가 가장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자재·장비·도구를 첨단화시켜 주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고가이므로 건설기능인의 숙련은 더욱 중요해진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1일자 월스트리트저널은 건설현장 기능인을 직업으로 선택하는 미국 Z세대가 많아졌다는 기사를 실었다. 그 이유 중 하나로서 “AI의 성장을 고려할 때 블루칼라 직업이 화이트칼라 직업보다 더 나은 직업 안정성을 제공한다”는 고등학생과 대학생 상당수의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독일 마이스터의 통찰이 지금도 유효함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심규범 건설고용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