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지연에도 3분기까지 미 증시 상승 전망”
미 대선 앞두고 바이든 재정정책 확대 기대감 확산
다시 재개되는 에브리씽 랠리 화룡정점 ‘AI 사이클’
미중 무역 분쟁 재점화로 글로벌 증시 변동성 확대
매파적 내용의 5월 FOMC 의사록이 공개되면서 뉴욕증시는 다시 급락했다. 하지만 오는 11월에 있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확률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재정지출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중국의 경기부양책으로 인한 주요 자산 및 원자재 가격의 동반 상승 현상인 에브리씽 랠리가 다시 재개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다시 재개되는 에브리씽 랠리의 화룡정점은 ‘AI 사이클’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미국의 대중 규제 강화 조치는 미중 무역 분쟁을 재점화 시켜 글로벌 증시 변동성을 확대시킬 우려가 있다.
◆엔비디아만 나홀로 급등 =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일보다 605.78포인트(-1.53%) 떨어진 3만9065.26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 하락폭은 지난해 3월 22일(-1.63%) 이후 1년 2개월 만에 가장 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일대비 39.17포인트(-0.74%) 하락한 5267.84에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는 전일보다 65.51포인트(-0.39%) 하락한 1만6736.03에 장을 마쳤다.
이날 시장은 매파적으로 평가되는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영향을 받았다. 여기에 S&P 미국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와 제조업 PMI 예비치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등 미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예상보다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에 주가는 하락세를 나타냈다. 엔비디아는 1분기 호실적과 주식분할 발표 덕에 이날 1037.99달러를 기록하며 전일대비 9.3% 급등세를 기록했다.
◆글로벌 유동성 확대 = 하지만 최근 주요 자산과 원자재 시장의 흐름을 살펴보면 미 연준의 금리인하 불확실성으로 주춤했던 시장이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이더리움 현물 ETF에 대한 상장을 승인하면서 가상화폐 가격도 상승 중이며, 금 및 은 등 귀금속 가격 그리고 주요 금속가격도 급등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에브리씽 랠리를 견인하는 가장 중요한 배경은 유동성 확대 기대감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 확률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인 주가 부양에 나설 필요성이 커졌고 이를 위해 적극적인 재정지출 정책을 추진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그 신호로 보이는 최근 사례는 전략비축유 방출을 들 수 있다. 21일(현지시간) 미 행정부는 “차량 운전이 많아지는 여름철을 앞두고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을 낮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100만배럴의 휘발유를 북동부휘발유공급저장소(NGSR)에서 방출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처럼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및 금융시장관리가 강화되고 있어 시중 유동성 개선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동성 공급 확대는 미 재무부의 국채발행 계획에서도 알 수 있다.
지난달 29일 미 재무부가 발표한 국채발행계획(QRA)에 따르면 올해 국채 발행 계획은 기존 틀에서 유지했지만 절대 금액 측면에서는 여전히 대규모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바이백’(Buy Back, 조기상환)의 목적 자체를 시장 유동성 지원으로 명시하고 있다.
6월부터 가시화될 주요국의 금리인하와 미 연준의 양적긴축(QT) 축소도 글로벌 유동성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6월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인하가 확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여타 주요국 중앙은행도 금리인하 사이클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당장 6월부터 실시되는 미 연준의 양적긴축(QT) 규모 축소다.
박 연구원은 “미 연준의 금리인하 시점은 아직 불확실하지만 매월 600억달러에서 250억달러로 양적긴축 규모가 축소되면서 시중 유동성 흐름을 개선시킬 것”이라며 “시중 금리의 하락폭도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엔디비아 실적 서프라이즈가 지속되는 가운데 인공지능(AI) 시장의 추가 성장이 글로벌 증시 랠리를 견인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박 연구원은 “AI 사이클 국면은 보급률 사이클 관점에서 아직 초기국면에 불과한 상황이어서 AI 시장의 추가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며 “AI 사이클을 중심으로 한 기술혁신이 상당기간 글로벌 경기와 금융시장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미중갈등 다시 불거지면 주변국 휘청 = 하지만 미 대선을 앞두고 글로벌 증시 상승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미중 간 무역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바이든 정부는 ‘무역법 301조’를 바탕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 계획을 발표하며 미-중 무역 분쟁 재개의 불씨를 지폈다. 미 정부는 2024년까지 중국산 전기차(25%→100%), 태양광전지(25%→50%), 일부 의료제품(7.5%→25%), 배터리(7.5%→25%) 등에, 2025까지 반도체(25%→50%) 등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할 것이다. 이 규제안은 오는 8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런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규제 강화 조치는 11월 미국 대선 앞두고 보호무역주의와 대중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 영향력을 낮추며,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중국 정부가 미국에 대한 관세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미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한 제도적 준비를 끝마친 상태다. 지난 4월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중국과 무역협정을 맺은 국가가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상대국 상품과 동등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법 개정을 완료한 바 있다.
오는 11월 미 대선이 다가올수록 미중 간 무역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지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020년에도 중국의 대외 무역정책 불확실성을 나타내는 TPU 지수가 미 대선을 5~6개월 앞둔 시점부터 장기평균을 크게 상회하기 시작했다”며 “대선 있었던 11월에는 그해 저점대비 10배 이상 급등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 연구원은 “향후 미-중 갈등 심화 속 중국의 대미 우회 수출 통로 의심국가들에 대한 미 정부의 규제 압박이 강화됨에 따라 관련 국가들은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