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VIP 격노’ 언급 녹음 확보
추가 진술에 물증까지 … 대통령실 등 수사확대 관측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의 휴대전화에서 이른바 ‘VIP(윤석열 대통령) 격노설’이 언급된 녹음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김 사령관이 자신의 참모와 통화하며 윤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취지로 언급하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외에 또 다른 해병대 간부로부터 ‘VIP 격노설’을 김 사령관에게서 들었다는 진술을 받았을 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물증까지 확보한 것이다.
공수처는 압수수색한 김 사령관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이 녹음파일을 복구했다고 한다.
‘VIP 격노설’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대통령실을 연결하는 수사 단서라는 점에서 진위 여부에 관심이 모아져왔다.
앞서 박 전 단장은 김 사령관으로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 결과에 대해 “국방부가 경찰 인계 서류에서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빼라고 한다”며 “대통령실 회의에서 VIP가 격노하면서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와 대통령실의 수사 외압이 대통령의 격노에서 시작됐다고 추정케 하는 주장이다. 박 전 단장은 당시 “정말 VIP가 맞느냐”고 물었고 김 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였다고도 했다.
반면 김 사령관은 “VIP 언급 자체를 한 적이 없다”며 부인해왔다. 박 전 단장의 ‘항명’ 혐의를 수사 중인 군 검찰은 “박 전 단장의 망상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은 김 사령관으로부터 VIP 격노설을 들었다는 추가 진술과 녹음파일이 나오면서 힘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공수처는 최근 해병대 고위 간부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면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결과를 보고받은 VIP가 격노했다는 이야기를 김 사령관에서 들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공수처는 지난 21일 김 사령관을 조사하면서 해병대 간부의 진술과 녹음파일 등을 토대로 ‘VIP 격노설’을 집중 추궁했지만 김 사령관은 부인 또는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단장과의 대질신문은 김 사령관의 완강한 거부로 성사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공수처는 조만간 김 사령관을 다시 불러 조사하는 한편 전직 국방부 장·차관과 대통령실 관계자로 수사를 확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공수처 관계자는 “구체적인 진술 내용이나 수사와 관련한 상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