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생 ‘심리적지배’ 20대 징역 5년
법원 “생명 위협, 죄질 불량”
5년간 갈취, 뇌출혈 장애도
법원이 고교 동창생을 5년간 가스라이팅(심리적지배)하면서 억대 금품을 뜯고, 폭행으로 뇌출혈까지 일으킨 20대 남성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11부(정도성 부장판사)는 23일 중상해·강요·공갈 등 혐의로 기소된 20대 최 모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최씨는 일본에서 유학 생활을 함께한 고교 동창생을 심리적으로 지배해 1억6000만원을 갈취하고 폭행까지 행사해 뇌출혈에 따른 장애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타국에서 피해자를 신체적·심리적으로 통제하며 장기간 생활 전반에 의무없는 일을 하게 했다”며 “1억6800만원 가량을 갈취하고 상해를 가해 피해자는 뇌수술을 받았고 향후 장기간 후유증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런데도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의 부탁으로 돈을 관리했다고 주장하는 등 납득 어려운 변명으로 피해자 가족의 고통을 가중했다”고 밝혔다. 다만 “법원에 이르러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고 8400만원을 반환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2018년부터 2023년 3월까지 외국 생활로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의 대인관계를 차단하고 사실상 노예처럼 대하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최씨는 피해자와 같은 고교를 졸업한 뒤 유학 프로그램에 지원해 오사카 소재 대학에서 유학을 함께 하면서 동창생 생활을 지배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는 일방적으로 피해자의 식사, 수면, 목욕 등 생활 규칙을 정하고 이를 어기면 벌금을 부과했다. 벌금이 누적되면 체벌 명목으로 구타를 가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피해자는 머리를 맞아 뇌출혈을 당하기도 했다. 최씨는 피해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관리하면서 외부와의 접촉도 막았다.
사건의 진상은 중상해를 입고 한국으로 돌아온 피해자가 가족과 함께 최씨를 경찰에 고소하면서 드러났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지난해 11월 사건을 송치했고 검찰은 최씨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