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낙서 ‘이팀장’ 검거
청소년에 돈 주고 지시
경찰, 구속영장 신청
지난해 말 10대들에게 경복궁 담벼락에 낙서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른바 ‘이팀장’이 경찰에 붙잡혔다. 범행일 발생한지 5개월 만이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문화재보호법 위반과 저작권법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 아동청소년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30대 남성 A씨를 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2월 16일 경복궁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서울경찰청 담벼락 등에 스프레이를 이용해 ‘영화공짜 OOO티비.com feat 누누’라는 낙서를 청소년들에게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A씨가 영화 등을 불법으로 스트리밍하고 음란물을 유포하는 사이트를 운영한 사실을 확인해, 낙서 사건과 별도로 저작권법과 아청법상 음란물 유포 등의 혐의를 더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청소년 B씨에게 “300만원을 주겠다”며 낙서를 지시했고, 낙서를 한 B씨와 C씨는 같은 달 19일 경기도에서 검거됐다. 이들은 체포 과정에서 범행을 시인했고, 범행도구는 현장에 버렸다고 털어놨다. A씨와 일면식이 없던 B씨는 “텔레그램방에서 돈을 주겠다는 지시에 응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바 있다.
경찰은 경복궁 영추문 낙서에 대해서는 문화재보호법을, 서울경찰청 담벼락 낙서는 재물손괴죄를 각각 적용했다. 문화재보호법상 국가지정문화재를 손상하는 경우 3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 B씨와 C씨는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소년범으로 분류돼 소년보호재판을 받는다.
A씨는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B씨에게는 제3자 명의로 돈을 이체하는 등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경찰은 초기에 A씨 흔적을 놓쳤지만 끈질기게 매달렸고, 이달 초 A씨를 특정할 수 있었다.
B씨 등의 낙서 이후 모방범죄로 경북궁에 ‘2차 낙서’를 한 D씨는 자수했고,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지난 13일 D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한편 국가유산청은 경복궁 담장을 복구하는 데 1억5000만원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차 낙서는 1억3000만원, 2차 낙서는 1900만원 등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이르면 다음달 1, 2차 낙서범에게 복구비용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