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건설장인’ 육성, 마지막 골든타임
고령화의 절박한 경고 … 숙련 단절
부실·산재 증가, 국가경쟁력 위협
건설현장에서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기능인의 고령화가 심각하다. 24일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평균 연령은 51.3세이고 40대 이상이 82.0%를 차지했다. 전체 취업자의 평균 연령이 48.6세이고 40대 이상이 66.8%인 것에 비해 매우 높다.
이들의 역할을 생각하면 결코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건설산업은 국민의 주거, 사회간접자본, 산업설비 등의 생산을 담당한다. 무형의 아이디어와 설계도서를 유형의 물리적 공간으로 만드는 직접생산자가 바로 건설기능인이다.
이들의 손끝에서 품질·안전·생산성 등이 완성된다. 육체노동을 기반으로 하므로 근력이 기본이다. 실외에서 다양한 기후에 맞서 제각각인 자재를 모두 다룰 수 있어야 온전한 숙련을 완성할 수 있다. 고령화는 근력의 저하는 물론 숙련의 단절을 의미한다. 건설산업의 생산기반을 약화시키고 국가 경쟁력까지 위협한다.
40여 년간 건설현장을 누빈 한 기능장은 “끊이지 않는 부실시공과 산업재해는 그간 방치했던 고령화의 업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만드는 사람을 ‘노가다’로 무시하면서 명품 아파트를 찾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명품 기능인을 육성하는 게 먼저”라고 주장했다.
직접적인 원인은 청년층 진입의 급격한 감소다. 2002년 말 30대와 20대 이하의 비중은 각각 28.4%와 10.4%였다. 하지만 20여년이 지난 2023년에는 12.2%와 5.8%로 반 토막이 났다. 청년층의 진입과 육성이 숙련인력 확보의 최선책이다. 실외의 수직수평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건설생산의 특성상 표준화가 어렵고 그 결과 기계화나 자동화도 한계가 있어 AI도 숙련인력을 대신하기 어렵다.
외국인의 경우 저숙련 업무를 도와줄 수는 있으나 의사소통이 어려워 세부 업무협의가 어렵고 단기체류 문제가 있어 고숙련업무까지 맡기기는 어렵다. 다른 업종에서 이직한 내국인 중장년의 경우 가장으로서 당장의 생계 문제를 해결해야 하므로 일정기간의 배움과 경력이 필요한 숙련인력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또한 청년층을 기능인으로 육성하는 것은 청년실업 예방의 최선책이기도 하다. 통계청에 의하면 2024년 4월 현재 우리나라 전체 실업률은 3.0%인데 청년(15~29세) 실업률은 6.8%로 2배가 넘는다.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한 청년층이 바로 취업에 성공하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건설현장에서는 기능인이 고령화되고 숙련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기능을 익힌 젊은 피가 건설현장으로 수혈된다면 청년실업률을 낮춤은 물론, 건설산업도 젊어질 수 있다.
심규범 건설고용컨설팅 대표는 “향후 7~8년이면 숙련인력의 대가 끊길 것으로 예상돼 지금이 ‘청년 건설장인’ 육성의 불씨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면서 “정신상태가 해이해졌다고 청년층을 나무랄 것이 아니라 경력이 쌓이면 어떻게 커 나갈 수 있을지 명확한 직업전망을 제시하고 안전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만들어 스스로 건설장인의 꿈을 꾸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