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엔의 상징성 담은 부산 남구의 재탄생
부산 남구에는 전세계에서 유일한 유엔기념공원이 있다. 전몰장병 추모명비에는 전사한 유엔군 4만896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고 6.25전쟁에 참전한 유엔회원국 22개국 가운데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싸우다 산화한 11개국 2300여 젊은 넋들이 잠들어 있다.
1955년 대한민국은 이들의 희생을 잊지 않기 위해 유엔에 영구 기증에 나섰고 국회는 묘지를 성지로 지정할 것을 결의했다. 유엔은 이 묘지를 영구적으로 관리하기로 유엔총회에서 결의문을 채택했다. 유엔과 대한민국간의 협정이 체결됨으로써 지금의 유엔기념공원이 탄생했다.
유엔기념공원, 지구촌 평화의 상징
유엔기념공원은 매년 수만명의 외국관광객들이 찾는다. 방한하는 주요 외교사절이나 외국 군인들이 꼭 참배하는 성지이기도 하다. 그래서 유엔기념공원은 묘지와 공원의 의미를 넘어 지구촌이 국경과 종교, 이데올로기를 넘어서 하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평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실제로 유엔기념공원을 중심으로 주변 일대는 2010년부터 유엔평화문화특구로 지정되어 있다. 유엔으로부터 명칭 사용도 승인받았다. 유엔이 명칭 승인을 해 준 전 세계 유일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유엔기념공원 일대는 조성 70여년 만에 대변신이 시도되고 있다.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라는 상징성과 역사성을 더하고 주변의 문화적 인프라까지 한데 아울러 대규모 시민친화형 도시공원으로 탈바꿈하는 작업이다. 그런 만큼 부산 남구는 유엔기념공원이 중심에 있고 세계에 남구를 알리는 데 유엔만한 대표 상징성을 찾기는 어렵다.
‘변화하는 남구, 세계가 찾는 도시’의 구정 슬로건처럼 남구가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가 주목하는 도시로 재탄생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유엔을 구명에 포함시키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해 남구는 디지인 공모전을 통해 도시브랜드 ‘유엔남구(YOU & NAMGU)’를 만들어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구명을 바꾸기 위한 첫걸음이다.
유엔을 구명으로 활용하기 위해 남구는 많은 사업을 시행중이다. 전문해설사와 함께 남구의 주요 역사 문화시설을 체험하는 테마형 투어 프로그램인 유엔미 오륙도 남구 투어버스 운행, 육아에 관심 있는 아빠들이 모여 함께 고민을 나누고 육아 노하우를 공유하는 아빠들의 모임인 유엔남구 육아아빠단, 남구를 대표하는 축제인 유엔평화축제, 유엔남구 청소년 축제 등은 모두 유엔과 남구를 함께 알리기 위한 사업들이다.
‘유엔남구’ 개명 향한 첫 발걸음
부산 남구는 1975년 10월 1일 탄생했다. 이전까지 부산진구와 동래구 관할 출장소로 머물다가 변두리와 도심지의 균형발전을 위해 1975년 10월 1일 동구와 부산진구 동래구의 인접 부분을 묶어 남구가 만들어졌다. 부산의 남녘이라는 의미로 남구라는 명칭이 부여됐다. 하지만 아쉽게도 남구란 지명은 부산에만 있지 않다. 대구 광주 울산 등 광역대도시에 흔하게 겹치는 이름이다 보니 지역의 정체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인천 남구가 미추홀구로 바뀐 이유 역시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사실 구명을 바꾼다는 게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사항은 아니다.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되며 구민들의 지지가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유엔기구의 승인도 받아야 된다. 외래어 사용에 따른 거부감도 있을 수 있다. 준비를 철저히 해서 유엔과 남구를 접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시민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느리지만 신중한 발걸음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오은택
부산 남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