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가이드라인 확정, 오늘부터 기업 자율공시
선택과 집중·이사회책임
부실기업 적시퇴출 중점
한국거래소가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을 확정 발표했다. 이에 맞춰 새로운 공시, 밸류업 통합페이지를 공개했다. 27일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이 본격 시행된 이후 준비가 된 상장사부터 공시를 시작하면 된다. 현재 준비 중인 기업도 예고 형태의 공시를 할 수 있다.
정은보(사진)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본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상장사의 적극적인 참여를 지원하기 위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과 해설서 FAQ 작성예시 등을 확정 발표하고, 투자판단 지원을 위한 밸류업 통합페이지를 27일 오픈한다”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은 상장 기업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기업개요-현황진단-목표설정-계획수립-이행평가-소통’ 등 목차별로 나눠 작성하도록 했다. 이번 밸류업 가이드라인의 핵심 특징은 △자율성 △미래 지향성 △종합성 △선택과 집중 가능성 △이사회 책임 등 5가지다. 기존 공시가 재무 상태, 계약 체결 등 이미 발생·결정한 내용이 중심이었다면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는 중장기적 목표와 계획에 초점을 맞춘다.
다만 가이드라인 내용은 전부 권장사항이다.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기업이 쓰고자 하는 내용만 선택해 기재하면 된다.
통합페이지에서는 상장기업의 밸류업 공시현황과 공시내용,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 정보, 업종별·종목별 과거 5개 사업연도의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수익비율(PER)·자기자본이익률(ROE) 배당성향, 배당수익률을 확인할 수 있는 투자지표 비교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통합페이지에서는 업종별·규모별 비교가 가능하다. 준비된 기업부터 차례대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하고 공시할 수 있다. 다만 기업들이 주의할 점은 자율공시라 해도 허위 내용을 공시하면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점이다.
허위내용 기재로 재산상 이익을 얻으려고 했다면 부정거래행위 금지 등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 위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잘못 기입한 내용이 있거나 사업·경영 계획상 중대한 변경으로 수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정정공시로 수정·보완이 가능하다. 정정공시하는 경우 변경 이유와 변경 사항을 기재해야 한다.
거래소는 오는 9월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칭)’를 개발하고, 연말에는 지수와 연계 상장지수펀드(ETF) 등 금융상품을 내놓는 방안도 추진한다. 밸류업 지수에 어떤 기업을 포함할지는 주주 친화 경영,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우수성 등을 종합 고려해 정할 방침이다.
한편 거래소는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4대 핵심전략’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기업 밸류업 지원 △공정한 자산운용 기회 확대 △자본시장의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자본시장 마케팅·소통 강화 등의 4개 분야에서 12개 과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거래소는 부실기업 퇴출을 보다 빨리하고, 우량기업 상장을 합리화하는 등 전체적인 상장·상장폐지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첨단 기술기업에 대한 심사품질 향상을 위해 기술평가 체계를 정비하고, 심사 기간은 기존 관행 대비 단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 이사장은 “우량 혁신기업은 쉽게 진입하고 부실기업은 적시에 퇴출되는 증시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겠다”며 “심사관행을 과감히 개선해 불합리한 IPO 심사지연, 상장폐지 장기화 등 자본시장의 걸림돌을 해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