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체계 바꾸면 온실가스 20% 줄어든다

2024-05-27 13:00:25 게재

8억명 굶는데 전세계 식량 1/3 버려져 … 채식 중심 식단으로 2050년까지 70기가톤 저감

우리가 먹는 아침 점심 저녁이 지구온난화를 일으킨다. 식량 때문에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화석연료 다음으로 많은 양을 차지한다. 식량을 생산하고 유통하고 조리하려면 많은 화석연료가 필요하다. 화석연료는 트랙터 어선 트럭 냉동창고 슈퍼마켓 조리기구에 에너지를 공급한다. 화학비료는 강력한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를 대기중으로 내뿜는다.

쌀 재배 강화 시스템(SRI : System of Rice Intensification)은 물 사용을 최소화하고 벼에 습한 조건과 건조한 조건을 번갈아 제공해 메탄 생성을 최소화한다. 사진:Project Drawdown 홈페이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고기를 먹는 그릇된 식습관 때문에 600억마리가 넘는 동물들이 사육된다. 농업에서 삼림 벌채, 음식물 쓰레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식품 관련 온실가스 배출에 축산까지 더하면 우리가 먹는 음식이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다.

‘프로젝트 드로다운(Project Drawdown)’의 식량 해결책을 소개한다. 식량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포집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대안들이다. 궁극적으로 토양을 건강하게 만들고 수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수확량을 늘리며 식품의 영양가를 높일 수 있는 해결책이다. 감축 가능성이 큰 순서대로 살펴본다.

① 식물 중심의 건강한 식단

축산업은 온실가스 배출의 중요 원인이다. 사육하는 소를 하나의 국가로 계산하면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 될 정도다. 2050년까지 50~75%의 사람들이 하루 평균 2300칼로리의 건강한 식단을 채택하고 육류 소비를 줄이면 식단 변화만으로도 최소 54.19~78.48기가톤(1기가톤=10억톤)의 배출량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개발도상국은 현재 적절한 칼로리를 섭취하고 있어 식단을 많이 바꿀 필요가 없다. 반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은 과도한 육류 섭취에 따른 비만 문제가 심각하다. 식물 중심의 식단 보급은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매력적일 필요가 있다. ‘고기 없는 월요일’ ‘VB6(오후 6시 전까지는 채식)’ 등의 캠페인, 식물성 식단을 즐기는 운동선수 알리기 등이 좋은 사례다.

완벽한 채식주의는 아니더라도 ‘육식 최소화주의’는 필요하다. 육류를 주식이 아니라 가끔 먹는 별미로 인식하게 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특히 학교나 병원 같은 공공기관에서 이런 식단을 채택하도록 해야 한다.

식물성이 풍부한 식단으로 바꾸면 2050년까지 약 500만명의 조기사망과 연간 약 1100만명의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 프로젝트 드로다운의 ‘식물이 풍부한 다이어트(Plant-Rich Diets)’ 솔루션은 첫째 하루 2300칼로리의 영양 요법을 유지하고, 둘째 1일 단백질 요구량을 충족하면서 식물성 식품을 섭취해 육류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②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전세계적으로 음식의 약 1/3이 버려진다. 소비되지 않은 음식물은 매년 4.4기가톤의 이산화탄소를 대기중으로 내뿜는다. 이는 전체 온실가스의 8%에 이른다. 한편에선 버려진 음식물이 지구를 뜨겁게 달구는데 다른 편에 있는 8억명의 사람들은 여전히 굶주린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형편없는 도로 사정, 냉장창고 등 저장시설 부족이 문제다. 열악한 가공과 포장재, 뜨거운 기온과 높은 습도 때문에 공급망의 초기 단계에서 많은 식량이 버려진다. 고소득 국가에서는 이런 손실이 적게 발생한다. 그러나 소매업자들은 상처나 변색, 크기 등 온갖 트집을 잡아 많은 농산물을 거부한다.

소비자들도 흠이 있는 과일이나 감자는 거들떠보지 않는다. 식당에서는 재료를 지나치게 많이 준비하고 고객 불만을 피하기 위해 너무 많이 차려낸다. 가정에서도 냉장고에 보관했던 식재료가 버려지기 일쑤다.

2014년 유엔식량기구(FAO)는 음식물 쓰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비용을 2조6000억달러로 추산했다. 이는 프랑스의 GDP와 맞먹는다.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는 낭비되는 식량 사슬 문제를 중요하게 다룬다. 2030년까지 1인당 식량 낭비를 소매업과 소비자 단계에서 절반으로 줄일 것을 촉구한다.

프랑스는 2015년부터 슈퍼마켓에서 팔리지 않은 식품을 버리는 것을 금지했다. 대신 자선단체나 동물 사료업체, 퇴비 제조업체에 넘겨주도록 했다. 이탈리아도 그 뒤를 따랐다. 세계적으로 못생긴 과일과 채소로 주스 만들기, 커피 찌꺼기로 버섯 재배하기, 양조장 술지게미로 동물사료 만들기 등 다양한 시도들이 있다.

수잔 밀러 데이비스(Susan Miller Davis) 등의 연구에 따르면 음식물 쓰레기를 2050년까지 절반으로 줄이면 26.2기가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농지를 위한 산림 벌채도 피할 수 있어 44.4기가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을 수 있다.

③ 숲속축산(실보파스처 Silvopasture)

숲속에서 소를 키울 수 있다. 인류는 아주 오래 전부터 이런 방식으로 가축을 키워왔다. 라틴어로 ‘산림’과 ‘방목지’를 뜻하는 실보파스처(Silvopasture)는 나무와 목초지, 사료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한다.

나무를 농업에 접목하면 땅이 건강해지고 탄소 저장량이 늘어난다. 모든 가축을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1억4164만헥타르 규모에서 이런 축산이 이루어진다. 하몽 이베리코(이베리코 흑돼지로 만든 햄)로 유명한 스페인의 숲속축산 데헤사(dehesa) 시스템은 4500년 넘게 이어져왔다.

나무가 있는 목초지는 일반 목초지보다 5배에서 10배 더 많은 탄소를 격리하고 생산성도 10% 가량 높다. 가축은 메탄과 아산화질소를 배출하지만 토양이 탄소 포화에 도달할 때까지 탄소를 격리하기 때문에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2050년까지 숲속축산 면적이 7억7225만헥타르로 늘어나면 토양과 나무가 헥타르당 연간 4.87톤의 탄소를 격리할 것이다.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5을 차지하는 축산 분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2.31기가톤까지 줄일 수 있다.

④ 보존농업

농부들은 잡초를 제거하고 비료를 주기 위해 밭을 간다. 그런나 경운으로 갈아놓은 흙의 물은 증발하고 미세한 토양은 바람에 날아가거나 비에 씻겨나간다. 그 안에 함유된 탄소는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프로젝트 드로다운의 보존농업 솔루션은 △토양 교란을 최소화하고 △식생으로 토양을 보호하며 △해마다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가지 이상의 관행농업(퇴비와 녹비 사용)이 포함된다. 토양건강운동과 국제유기농운동연맹의 ‘유기농 3.0’ 등 무경운 농업을 위해 노력하는 많은 농부들은 모두 이러한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다.

보존 농업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줄일 뿐 아니라 가뭄이나 폭우와 같은 악조건에서 토지의 회복력을 높인다. 보존농업이 늘어나면 연간 1헥타르당 평균 탄소 격리율 0.25~0.78톤을 기준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2.81기가톤까지 줄일 수 있다.

⑤ 쌀 재배방식 개선

쌀은 전세계에서 소비되는 칼로리의 1/5을 공급한다. 30억명에 이르는 인구의 주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벼농사는 농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의 최소 10%, 세계 메탄 배출량의 9~19%를 차지한다. 물이 자박한 논은 메탄 생성 미생물이 유기물 분해를 하기에 완벽한 조건이다.

쌀 재배 강화 시스템(SRI, System of Rice Intensification)은 물 사용을 최소화하고 벼에 습한 조건과 건조한 조건을 번갈아 제공해 메탄 생성을 최소화한다. SRI는 1980년대 마다가스카르에서 우연히 발명돼 아시아의 소농들 사이에 널리 퍼졌다. 현재 400만~500만명의 농부들이 이 방식을 사용하는데 기존 쌀 생산량보다 50~100% 더 많은 수확을 제공한다. 종자 사용량은 80~90%, 물 사용량은 25~50% 줄어든다. 노동력 투입량도 낮다.

첫째, 모내기 때 모(벼 모종)를 한묶음씩 심지 않고 하나씩 띄엄띄엄 심는다. 이렇게 하면 햇빛이 잘 들고 벼 뿌리가 넓게 퍼진다. 둘째, 성장기에는 물을 살짝 대주고 다시 말리는 상태를 번갈아 유지한다. 호흡이 필요한 토양 미생물은 번성하고 메탄 발효 미생물은 줄어든다. 셋째, 물이 없어서 발생하는 잡초는 자동괭이로 제거한다. 유기농 퇴비를 사용해 토양 비옥도를 높인다.

2012년 인도 동북부 다르베슈프라 마을의 농민 수만트 쿠마르는 1헥타르의 논에서 SRI 방식으로 24.7톤의 쌀을 수확해 세계기록을 세웠다. 보통 그 면적에서 4.5~5.5톤을 수확하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