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폭력 대응 특례법 필요”
폭력 사범 매년 증가, 구속률은 2%
경찰이 올해 4월까지 4000명이 넘는 교제폭력 사범을 검거한 가운데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을 위한 별도의 특례법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경찰이 26일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에게 밝힌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 교제폭력 검거 인원은 4395명으로 이중 82명(1.87%)이 구속됐다. 가해자 유형별로 보면 폭행·상해가 3006명, 감금·협박 404명, 성폭력 146명, 기타 경범죄 등이 839명이다.
교제폭력 피의자를 연도별로 보면 2019년 9823명에서 2022년 1만2828명, 2023년 1만3939명으로 증가했다. 이중 구속된 피의자는 최근 5년간 1242명으로 2.21%를 차지했다.
한국여성의전화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최소 138명이나 된다.
이달 22일에는 경남 거제시 한 원룸에서 전 여자친구를 폭행해 숨지게 한 20대 남성이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 송치되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경기도 화성에서 20대 남성이 이별을 통보하는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그 어머니까지 다치게한 사건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교제폭력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절차의 집행 근거 등을 마련하기 위한 별도의 특례법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22일 ‘교제폭력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입법 과제’ 보고서에서 “교제폭력은 반복되고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경향이 크지만 교제라는 사적이고 밀접한 관계에서 일어나 개인 간의 문제나 다툼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있다”며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고 피해자를 빠르게 지원하기 위한 차원에서 특례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간 교제폭력은 당사자 관계의 특성으로 인해 스토킹처벌법이나 가정폭력처벌법으로 처벌해 왔다. 하지만 혼인 관계를 전제로 하지 않는 교제폭력에서는 가정폭력처벌법 적용이 어렵고, 스토킹 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스토킹처벌법으로도 적용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교제폭력 피해자를 초기에 보호하는 접근금지, 강제분리 등의 조치가 없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법 제정 시에는 교제폭력 정의를 명확히 규정하고 처벌규정, 피해자 보호절차를 구체적으로 마련함으로써 교제폭력 대응의 실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