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동산PF 정상화, 갈 길 멀지만 방향은 긍정적

2024-05-28 13:00:03 게재

2022년 가을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면서 불거진 부동산시장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에 대한 우려가 벌써 2년 가까이 흘렀다. 레고랜드 사태 직후 정부는 ‘50조원+α’ 대책을 통해 즉각적으로 대응했고, 이후에도 여러차례 부동산PF 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내놓았다. 정부의 대응이 건설과 부동산시장 안정화에 기여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나 지금도 부동산PF 위험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그간의 지원책에 일정부분 한계가 있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정부정책 균형 있는 속도조절 필요

지난 2년간 부동산PF 시장은 위험이 크게 노출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사라지지도 않았다. 이는 신규 PF대출이 제한적으로 이루어지는 가운데 기존 대출이 일괄적으로 연장되어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13일 부동산PF 연착륙을 위한 정책을 또다시 내놨다. 이번 대책은 부동산PF 사업성 평가를 강화해 정상 PF 사업장은 지원을 강화하고,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은 재구조화나 정리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옥석 가리기의 신호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향후 사업성 평가기준이 명확하게 확정되면 시장의 불확실성은 일정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동산PF 정상화 속도와 범위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면 단기적으로 시장 우려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부실 PF 정리 속도가 늦어진다면 폭탄 돌리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예상보다 부실 처리가 광범위하게 진행된다면 연체율이 높은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 증권사, 새마을금고 등의 손실 위험이 부각되어 뱅크런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 정부의 부동산PF 대책 목표가 연착륙이라는 점에서 시장 충격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균형 있는 속도 조절이 요구된다.

사업성 평가기준 적용에 따른 진통도 예상된다. 금융기관과 건설사, 시행사가 인식하는 사업장별 위험요인이 상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릿지론의 경우 토지매입률, 본PF미전환 기간, 수익구조, 만기연장 횟수, 연체여부 등이 사업성 판단의 주요 기준인데 예상보다 부실사업장이 많을 경우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으로 인한 부담이 확대된다.

건설업계 역시 한개의 사업장이 부실 PF로 선정되면 낙인효과로 인해 우량 사업장으로 번져 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특히 상대적으로 부실 사업장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방의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생활형숙박시설은 이미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부동산PF 사업장별로 옥석 가릴 때

부동산PF 정상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일부 진통도 예상되지만 방향성 자체는 긍정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이번에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더 큰 대가를 치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PF 사업성 평가기준 선정에 있어 충분한 의견수렴 이후 시행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시장 참여자들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수차례 언급했다. 정책 추진과정에서 시장과의 지속적인 소통과 보완을 통해 부작용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지속해야 한다.

최근 블룸버그는 우리나라의 부동산시장이 경제 전반과 금융시장에 위험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 바 있다. 부동산PF 위험으로 ‘O월 위기설’ 역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번 기회에 부동산PF 사업의 옥석을 제대로 가려 시장 불안요인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