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밸류업, 경제 선순환 정책…긴호흡으로 추진 ”
연금 확대 … 책임있는 기관투자자 역할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주주로 확대해야
“자본시장 밸류업은 단순히 기업, 투자자 차원의 문제를 넘어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음으로써 저성장, 저출생, 고령화 시대의 돌파구가 될 수 있는 경제 선순환 정책입니다. 이는 각종 제도개선, 정책추진은 물론 나아가 사람들의 인식과 문화를 바꾸는 장기간의 노력이 필요한 만큼 긴 호흡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합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자본시장 밸류업 국제세미나’ 개회사에서 “지금 우리 경제는 저성장, 저출생의 고착화로 인해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본격적인 고령사회를 맞아 전 국민의 노후를 위한 ‘연금자산 증식’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자본시장 밸류업은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대승적 차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서 회장은 △우선 부동산에 편중되어 있는 가계자산이 생산적 금융인 자본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고 △사적연금 시장을 활성화해 저출생, 고령화 시대 극복을 위한 국민들의 연금자산 형성에 자본시장이 앞장서며 △자산운용업계는 책임있는 기관투자자로서 역할을 다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축사에 나선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우리 자본시장의 근본 체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며 △건전한 기업 지배구조 형성 방안과 △올바른 조세체계에 관한 논의를 제안했다. 이 원장은 “그동안 쪼개기 상장 등 투자자 이익에 반하는 기업의 의사결정 사례가 반복되고 있으나, 소액주주에 대한 법적 보호수단 미비로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가 훼손된다는 지적이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등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좋은 기업에 투자하고 투자자는 그 이익을 향유하는 상생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세제측면의 논의도 필요하다”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금융투자소득세와 관련해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하고 치밀한 진단없이 과거 기준대로 금투세 시행을 강행할 경우 1400만 개인투자자의 우려와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음을 유의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관련해 전국민적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금융투자협회가 일본의 성공사례와 국내외 최고 전문가들의 제언을 통해 한국 자본시장의 밸류업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했다.
첫 번째 기조발표를 맡은 호리모토 요시오 일본 금융청 국장은 ‘일본 새로운 자본주의 정책의 주요내용과 성과’에 대해 발표했다. 일본에서는 기시다 내각 출범 이후 ‘새로운 자본주의 정책’이라는 큰 틀 아래 밸류업 정책들이 이뤄지고 있다. 호리모토 국장은 “△가계자산을 자본시장으로 유입시키기 위한 광범위한 구조적 개혁이 있었다는 점 △총리를 비롯한 정부 고위관계자들의 해외투자자에 대한 긴밀한 소통노력이 있었다는 점 △세제 인센티브, 금융교육 등 정책성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한 점 등 세 가지가 성공요인”이라고 꼽았다.
두 번째 기조발표를 맡은 전은조 맥킨지 앤 컴퍼니 시니어 파트너는 “한국 기업들의 저평가는 정량적 분석 결과 실증적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수익성 지표 등 재무적 저성과와도 크게 관련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 파트너는 한국 자본시장의 밸류업을 위해 상장기업은 자본효율성 제고를 비롯한 이익 지표와 정성적 지표 개선에 노력하는 한편, 기업의 전략·활동에 대한 소통·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투자자는 기업의 밸류업 노력에 대한 감시자로서 장기적 관점의 투자 확대하고 기관투자자 책임있는 인게이지먼트 활동을 지속하고, 투자대상 기업에 대한 장기적 관점의 투자 및 소통 노력해야 한다. 인프라 부분에서는 공시 지표의 효과성 검증을 통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실효성 개선 및 인센티브 지속 발굴하고 금융투자회사는 IB 전문화를 통해 기업금융 사업의 근원적 변화를 도모하는 한편, 가계자산을 자본시장으로 유치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정부는 산업·금융정책 연계 등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며, 세제 등 제도적 논쟁사항에 대해 조속히 해결해야 하다고 강조했다. 전 파트너는 이 중에서도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와 금융투자회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