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감세 해명나선 최상목 “세제 인센티브로 투자·고용 유도”
법인세 1% 인하엔 “글로벌 경쟁 직시해야”
“복지예산 증가율 8.8%, 문정부 5년보다↑”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방식 변화 고민중”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자감세 비판에 “단순한 감세가 아니라 투자나 고용 등 기업의 행위에 대한 인세티브로써 세제를 활용하겠다는 취지”라는 논리를 폈다. 정권 초 법인세 인하에 대해서도 “세계에서 경쟁을 벌이는 우리 기업에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세율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2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 부총리는 전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세금 깎는게 정책목표 아냐” = 최 부총리는 부자감세 논란에 대해 “(현재 정부의 감세정책은) 단순하게 세금을 깎아주는 것이 정책의 목표가 아니다”라면서 “(기업이나 사람이) 투자를 하면 비용을 지원하겠다거나 고용을 하면 세금을 감면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제주체의 어떤 행동에 대한 인센티브로 세재를 활용하는 것이어서 일반적 감세와는 다르다”고 했다. 최 부총리의 설명은 이명박정부의 법인세 인하 당시 ‘낙수효과’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이명박정부 당시 법인세 인하는 대기업의 자본유보 규모만 늘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 부총리는 대기업 세금 인하로 기업의 투자나 고용이 얼마나 늘었는지 설명하진 않았다.
‘부자감세만큼 자영업자나 서민 지원도 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거침없이 답했다. 최 부총리는 “지난해 복지예산 증가율이 2.8%인데 복지지출 증가율은 8.8%였고 생계급여를 20만원 이상 높였다”면서 “지난 정부에서 5년 동안 올린 것보다 많은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럼에도 고금리·고물가가 누적돼서 어려움이 있고. 수출 지표가 괜찮아지고 있지만 내수까지 오는 데 시간이 걸린다”면서 “그래서 이분들(자영업자·저소득층)을 어떻게 지원하느냐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정부지원은 유동성(대출) 지원 형식을 벗어날 것이란 점도 시사했다. 최 부총리는 “지금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의 어려움은 꼭 유동성의 문제 만은 아닌 것 같다”면서 “지금 금리가 높아지니까 유동성 지원을 받았던 분들이 부담이 커졌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자영업자·소상공인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얘기도 듣고 관계부처와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법인세 1% 인하가 세수펑크의 한 원인이란 지적에 대해서는 “그것까지 포함해서 작년에 10% 정도 법인세가 덜 들어온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실은 기업간 글로벌 경쟁”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주요국에 비해 우리나라가 법인세율이 높았던 현실을 바로잡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세계각국 법인세의 ‘실효세율’과 관련해서는 오히려 한국이 주요국에 비해 낮다는 주장도 있다.
하반기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 말을 아꼈다. 다만 “공공요금은 인상 요인이 생기더라도 우선은 공공기관이 자체 흡수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요금결정시기의 물가와 공공기관의 상황, 글로벌 시장가격 동향 등을 종합고려하겠다”고 했다.
◆“대규모 세수결손 없을 것” = 최 부총리는 올해 법인세 세수 감소에도 작년과 같은 대규모 세수 결손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다른 세수는 예측대로 가는데 법인세수가 생각보다 덜 걷히고 있다”라며 “부가가치세·소득세 흐름은 괜찮아서 이들이 얼마나 법인세수를 보완하느냐에 따라 올해 세수 전망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물가 전망과 관련해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월 3.1% 정점에서 4·5월 더디지만 하락세를 보인다”라며 “특별한 추가 충격이 없다면 당초 전망대로 2% 초중반에서 하향 안정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해외직구 소액면세 한도 상향 여부에 대해서는 “방향성을 잡지 않고 있다”라며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검토 의견을 내겠다”고 밝혔다.
야당 일각에서 제기된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완화론에 대해서는 “윤석열정부의 정책 방향과 부합하는 것은 맞다”라면서도 “야당 공식 의견이 나온 것도 아니기 때문에 입장을 말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상속세 완화방안 추진 = 최 부총리는 또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 폐지’를 비롯해 다양한 상속세 완화방안을 놓고 의견 수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시장에서 얘기하는 것들을 펼쳐놓고 의견을 듣고 1~2개로 좁히는 방식”이라며 “최대주주 할증평가를 폐지하면 좋겠다는 것도 방안에 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의 역동성을 높이고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역동경제 로드맵’의 일환으로 사회이동성 개선방안에 이어 기업 성장사다리 대책도 내놓을 예정이라며 “중소기업의 중견기업 성장을 촉진하는 데 중점을 두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최 부총리는 “중소기업을 넘어서더라도 중소기업으로 인정되는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할 생각”이라며 “연구·개발(R&D) 또는 투자 세액공제, 고용세액공제 혜택이 2년 연장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시행령 개정 사항이어서 국회 입법 없이 가능하다. 이런 방안을 포함해 6월초 ‘성장 사다리구축 방안’을 1차로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주거지원과 관련해선 “노후청사라든지 학교라든지 샅샅이 뒤져서 민간 합작투자로 복합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청년이나 서민들에 대한 도심 임대주택 공급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산층을 위해 장기 민간 임대를 확대하는 방향도 역동경제 로드맵에 담고 제도개선 방안도 하반기에 고민해보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증시의 ‘밸류업’ 조치에 대해서는 “몇차례 세제 인센티브를 간헐적으로 말했는데 6~7월 공청회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칠 생각”이라며 “자사주 증가분에 대해 얼마나 법인세 세액을 공제할지, 배당소득세 저율 분리과세 대상을 어떻게 설정할지 등을 놓고 여러 의견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지원책의 세부 대책도 6월 중으로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