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전과자 '엄중관리' 개선해야
인권위, 법무부에 개선 권고
국가인권위원회가 마약류 전과가 있는 경우 다른 범죄로 교정시설에 수감될 때 엄중관리대상자로 지정하는 현행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법무부에 개선을 권고했다.
28일 인권위에 따르면 교도소 수감자 A씨가 마약류 전과로 인해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넣었다.
A씨는 2020년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그는 마약범죄가 아닌 다른 범죄로 징역형이 확정돼 교도소에 수감됐다. 교도소는 A씨가 마약범죄 전과가 있다며 엄중관리대상자(마약류 수용자)로 지정했다.
A씨는 교정시설에서는 마약류 수용자로 분류될 경우 불이익이 있다며 교도소를 상대로 마약류 수용자 지정을 해제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교도소가 이를 거부하자 인권위에 진정했다. A씨의 형이 확정된 것은 마약범죄도 아니었고, 마약류 범죄로 인한 집행유예 기간은 종료됐다.
마약류 사범은 재범의 우려가 커 교정시설에 수용될 경우 향정신성의약품 등 마약류 반입, 소지, 수수 등 형사법령 위반이나 교정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위해 형집행법 제104조에 따라 다른 수용자들보다 지정과 해제를 엄중히 하고 있다.
우선 마약류 수용자로 지정되면 외부 물품 전달 및 장소 변경 접견 등이 제한된다. 수용중에는 일반 수용자와 구분되는 명찰과 명패 등이 부여되고 마약류 검사를 위한 소변 채취도 수시로 한다. 가석방이나 이감 등에서도 불이익을 받는다.
이처럼 마약류 사범을 일반 수용자보다 엄격한 조건을 부여하는 것은 수감중에도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받거나 다른 수용자에게 전달하는 등 마약류 반입 유통이 잦아서다. 해당 교도소는 마약류 사범으로 지정될 경우 재활 교육도 병행하기 때문에 재범 예방 기회가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권위는 A씨의 진정에 대해 신체의 자유 등을 제한하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교정시설 내 마약류 수용자 지정을 목적에 부합하는 한도 내에서 최소한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 마약류가 아닌 다른 범죄로 교정시설에 수용된 경우 재활교육 등을 이수했는데도 마약류 수용자로 지정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교정당국 주장대로 마약류 수용자들이 규율 위반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아 안전과 질서유지를 위해 특별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마약류 수용자는 여러 불이익과 제한이 수반되는데 지정과 운영에 있어 최소한의 침해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법무부에 “형집행법 시행규칙에서 정하는 마약류 사범 지정 해제사유에 ‘형의 집행이 종료된 경우’를 추가하고 재범 예방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