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상임위, 4년간 청원소위 ‘0번’ 열어…“직무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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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의원 소개’와 ‘30일 동안 5만 명의 동의’를 얻어 제출한 국민청원 역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지난 4년간 청원은 193개가 들어왔다. 이 중에서 ‘30일 5만명’ 기준을 뛰어넘은 국민동의청원은 106개였다.
17개 상임위에서 4년간 연 청원소위는 11번뿐이었다. 청원소위를 단 한 번도 열지 않은 상임위가 운영위, 법사위, 정무위, 과방위, 행안위, 농해수위, 정보위, 여가위 등 8개에 달했다. 전체 상임위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기재위, 교육위, 국방위, 산업위, 복지위, 환노위, 국토위가 4년간 연 청원소위는 단 한 번에 지나지 않았다. 외통위, 문체위가 2번씩 연 게 가장 많이 개최한 기록일 정도다.
국회법에서는 청원이 회부된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도록 원칙을 정해 놨다. 그러고는 60일 범위에서 한 차례만 국회의장에게 심사기간 연장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단서조항을 악용했다. “‘장기간 심사를 요하는 청원’은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위원회)의결로써 심사기간의 추가 연장을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을 이용했다. 이는 전체 청원의 83%에 달하는 160개 청원을 ‘임기말 폐기’까지 몰고 가는 근거로 활용됐다. 여기엔 30일 만에 5만명의 동의를 얻은 국민동의청원 95개도 포함돼 있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법안심사와 청원심사는 의원들이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것이고 국회의원의 주요한 역할이 입법인데 입법을 소홀하게 다루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국회법은 국회의원들 사이의 약속인데 스스로의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