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엔씨소프트 등에 이어 게임사 전방위 조사
대통령 공약 ‘확률형 아이템 조작 의혹’ 중점조사 공정위, 크래프톤·컴투스·웹젠·위메이드 등 조사
게임 ‘컴투스 프로야구’의 운영사 컴투스와 ‘배틀그라운드’를 운영하는 크래프톤 등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다. 공정위가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를 의무화한 이후 게임 업계에 대한 현장 조사가 전방위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공정위는 이미 엔씨소프트와 위메이, 웹젠 등에 대한 현장조사도 마쳐 대형 게임사 대부분이 조사대상이 된 셈이다.
29일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전날 크래프톤과 컴투스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확률 거짓 고지 등 들여다봐 = 공정위는 크래프톤과 컴투스가 확률형 아이템 관련 확률 정보를 거짓 고지하는 등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한 혐의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판매자가 지정한 보상 중 일부를 정해진 확률에 따라 무작위로 획득할 수 있는 게임 아이템을 말한다. 공정위 중점조사팀은 게임사들의 전자상거래법 위반 혐의를 ‘중점조사팀 2호 사건’으로 지정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3월 사업자에게 확률형 아이템 관련 정보 표시 의무를 명시했다. 이후 게임업계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 공정위는 지난달 게임 ‘리니지 M’ 등을 운영하는 엔씨소프트와 ‘뮤 아크엔젤’의 운영사 웹젠, ‘라그나로크 온라인’을 운영하는 그라비티, ‘나이트 크로우’ 운영사인 위메이드 등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공정위는 지난 1월 넥슨코리아에 전자상거래법상 역대 최대 규모 수준인 116억4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넥슨이 운영하는 ‘메이플스토리’는 2003년 출시돼 20년이 넘게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는 초장수 온라인 게임이다. 공정위는 넥슨이 메이플스토리 내 확률형 유료 아이템(레드큐브·블랙큐브) 인기 옵션에 낮은 가중치를 부여하고, 특정 중복 옵션 조합이 아예 출현하지 않게 설정하고도 이런 사실을 이용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넥슨이 확률형 아이템 조작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받으면서 게임 이용자들의 단체행동이 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정위 조사 대상이 된 게임사 대부분은 게임 이용자의 민원 제기가 발단이 됐다. 최근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6000여명의 소비자가 소비자원에 집단 분쟁 조정을 신청해 지난달 29일 조정 절차가 개시되기도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 중인 사안에 대해선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대상 게임사 주가 큰 폭 하락도 = 공정위 조사 소식이 알려지자 조사대상이 된 게임사들의 주식이 큰 폭으로 흔들리기도 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대표 게임주로 구성된 ‘KRX 게임 TOP 10’ 지수는 하루 만에 4.63% 떨어졌다. KRX 테마 지수 가운데 낙폭이 가장 컸다. 지수에 편입된 10개 종목이 모두 하락했다. 특히 엔씨소프트(-6.73%), 펄어비스(-5.43%), 크래프톤(-5.19%)이 5% 넘게 빠졌다.
한편 공정위와 문화체육관광부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진행 상황을 상세히 알리기 위해 ‘확률형 아이템 공략집’을 공동으로 제작해 배포했다.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제도는 지난 1월30일 ‘상생의 디지털, 국민 권익 보호’를 주제로 열린 제7차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도 거론됐다.
공정위가 공개한 ‘확률형 아이템 공략집’을 보면 확률정보 표시 위치부터 정보공개 관련 신고 창구, 확률 조작 검증 절차까지의 내용을 10개의 문답을 통해 소개한다. △확률형 아이템의 정의 및 종류 △확률 정보 표시 위치 및 방법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가 잘못됐을 때의 신고 창구 △확률 조작이나 거짓 확률에 대한 검증 절차 등을 담고 있다.
또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의 집단분쟁 조정 기능 보완을 위한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한국소비자원의 업무협약 △국내 게임사와 해외 게임사간의 역차별 해소 및 해외 게임사로부터의 국내 게임 이용자들의 권인을 보호하기 위한 ‘국내대리인 제도’ 조속 도입 △현재 입법예고를 마친 ‘전자상거래법’상 동의의결제 도입 △소위 ‘먹튀 게임’ 방지를 위한 온라인·모바일 게임 표준약관 개정 등도 설명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