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처리 대 거부권’ 충돌…22대 국회에도 되풀이 예고
‘채 상병 특검법’ 재투표에서 부결 … 야권 “22대 1호 법안 재추진”
윤 대통령,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등 4개 법안에 또 거부권 전망
22대 단독처리→거부권→재투표 반복 … 거부권 무력화될 가능성
21대 국회는 마지막 날까지 여야가 ‘표’로 충돌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야당 단독처리→대통령 거부권→재투표→부결’로 이어지는 소모적 충돌은 22대 국회에서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22대 국회에서는 충돌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투표가 실시된 결과, 재석 294인 중 찬성 179표, 반대 111표, 무효 4표로 부결됐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가결시키는 데 필요한 196표(출석 의원 3분의 2 찬성)에 17표가 부족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대 국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10개 법안 중 뒤늦게 여야가 합의 처리한 ‘이태원 특별법’을 제외하고 9개 법안이 폐기의 운명을 맞게 됐다.
21대 총선에서 과반을 넘긴 야권은 △양곡관리법 △간호법 △노란봉투법 △방송 3법 △50억클럽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이태원 특별법 △채 상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지만 윤 대통령의 거부권에 번번이 막혔다. ‘이태원 특별법’만 뒤늦게 여야가 합의 처리했을 뿐 나머지 9개 법안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인해 ‘없던 일’이 됐다. ‘채 상병 특검법’을 비롯해 총선 민심이 담긴 법안들이 대통령 거부권에 막혀 무산되는 일이 반복된 것.
윤 대통령은 이날 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킨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과 ‘민주유공자예우관련법’ 등 4개 법안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세월호 참사 피해자의 의료비 지원 기한을 5년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세월호피해자지원법 개정안’은 수용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일단 14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야권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폐기된 법안들을 22대 국회에서 재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우선 ‘채 상병 특검법’을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다시 추진할 태세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2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해병대원 특검법을 재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채 해병 특검법을 22대 국회 첫 번째 통과 법안으로 만들자”고 야권에 제안했다.
결국 22대 국회에서도 여야가 ‘단독처리 대 거부권’으로 충돌하는 구도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수용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기 때문이다.
다만 22대 국회에서도 거부권이 만병통치약으로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라는 전망이다. 일단 여당의 의석수가 줄어든다. 현재 113석에서 108석이 된다. 이탈표가 8표만 나와도 거부권은 무력화된다. 여당 내에서도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선 윤 대통령 본인이 관련된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건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탈표가 늘어날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이태원 특별법’의 선례를 따르는 게 낫다”고 주장한다. 독소조항을 없애는 선에서 여야가 합의처리하자는 것이다.
7~8월로 예상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도 변수다. 유력 당권주자들이 대부분 ‘비윤’으로 분류된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과 나경원 당선인,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윤상현 의원 등이 당 대표를 맡을 경우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동조해 법안 부결에 나설지 불투명하다. 새 대표가 윤 대통령 뜻과 달리 야권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에 찬성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은 이미 ‘채 상병 특검법’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공개한 바 있다.
엄경용 이재걸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