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1호’ 삼표채석장 붕괴 책임공방
“붕괴 위험 알렸다” … “진술 신빙성 없다”
‘중대재해처벌법 1호’ 사건인 ‘삼표 채석장 붕괴 사고’ 재판에서 사고 징후를 경고했다는 증인진술을 두고 검찰과 변호인이 공방을 벌였다.
의정부지방법원 형사3단독 정서현 판사는 28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과 이종신 삼표산업 대표이사 등 임직원 6명, 주식회사 삼표산업에 대한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는 양주 채석장 안전에 대한 위탁업무를 맡았던 대한산업안전협회 소속 최 모씨, 양주 채석장의 안전 문제를 제기했던 굴삭기 운전원인 황 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최씨는 2020년 8월 10일 안전관리상태점검 보고서에 위험요인으로 절개지 붕괴에 따른 사고 발생 우려가 있다는 내용을 기재해 증인으로 채택됐다. 황씨는 양주 채석장에서 사고 발생에 앞서 해당 사업장의 안전 문제를 제기했던 인물이다.
이날 공판에서는 황씨가 2022년 1월 25일 양주 채석장에서 찍은 사진이 공개됐다. 사고 발생지 인근에서 여러 갈래의 균열이 발생한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
검찰의 증인신문에서 황씨는 “사고 발생 수개월 전부터 사업장의 위험성에 대해 관리자들에게 붕괴 위험성에 대해 알렸고, 발생 직전에는 현장 일대에서 크랙(갈라짐)이 생긴 것을 보고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삼표산업 변호인측은 이에 대해 “황씨가 이러한 신고·제보를 했다는 통화 내용이나 문자 메시지, 문서 등 명확한 증거가 없다”면서 “황씨가 그동안 수사 기관에서 한 다른 증언들에서도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3월 31일 중대산업재해를 대비한 매뉴얼 마련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근로자 3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정 회장을 불구속기소했다. 이 대표이사 등 임직원 6명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2022년 1월 29일 삼표산업 양주 사업소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3명이 토사에 매몰돼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안전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6월 18일로 예정된 다음 재판에서는 출동했던 경찰관과 관련 분야 전문가 등을 증인으로 불러 삼표측 과실 여부를 가릴 예정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 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한 법으로 지난해 1월 27일 시행됐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