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양극화, 초당적 합의 어렵게 해”
팬덤정치, 혐오·증오 만드는 부정 열정
“강성지지층 과다대표 제도로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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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미래연구원은 보좌진이 말하는 ‘유권자’를 ‘열성 지지자 혹은 정당 활동가’라고 지목했다. “정당과 정치인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권자들은 정당의 열성 지지자들과 정당 활동가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정치인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공직후보자 공천과정에서도 참여율이 높기 때문에 정치인들도 열성 지지자들의 요구사항에 민감하게 반응할 유인이 있다”고 했다. 소수의 강성지지층들이 과다대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 엘리트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는 39.7%가 ‘팬덤정치의 확산과 정당 내부의 다양성 쇠퇴’를 들었다. 강성 지지층에 의해 움직이는 정치 환경이 상대에 대한 적대감과 혐오를 극단적으로 끌어올리면서 에너지를 보충하는 경향을 드러낸다는 설명이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10월 31일~11월 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에게 국민의힘, 민주당에 대한 호감 여부를 물어본 결과 비호감 비율이 각각 57%, 55%로 과반을 넘었다. 거대양당인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층의 상대당 비호감도는 각각 89%씩 이었다. 10명 중 9명이 상대당에 대한 극단적 비호감을 드러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미래연구원은 “팬덤정치는 혐오할 이유를 찾아내 증오의 대상으로 만들려는 부정적 열정이 있다”며 “(팬덤정치가 만들어낸) 양극화 정치는 적대적 갈등을 동원하는 극단적 당파성 정치이며 공존과 협력을 어렵게 하는 혐오의 정치”라고 했다.
팬덤정치에 따른 정치양극화가 악순환을 거듭하면서 국회가 길을 잃게 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정치 양극화가 심화된 결과 양대정당이 대립을 지속하며 중요한 민생의제들을 외면하면서 정치의 사회갈등 관리기능이 무너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국회가 중장기 의제를 주도적으로 다루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79.5%의 보좌진이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여야의 초당적 합의를 필요로 하는 중장기 이슈에 관심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항목에 1순위 또는 2순위로 꼽았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좌표를 찍고 누구를 소위 수박으로 규정짓고 쫓아내면 대화와 타협을 더 어렵게 한다”며 “극한적인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고 대화와 토론을 실종시키게 만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주장을 소신껏 야당은 야당 내에서 당내 민주주의로 주장을 해야 되고 그게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것”이라며 “노란봉투법의 경우 조금 양보해서 노동자들에게 실제로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자라고 주장을 하면 팬덤에 의해서 공격을 당한다”고 했다. 강성 지지층에 의해 ‘한 발자국’이 아닌 ‘반 발자국’ 진보가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해법에 대해서는 보좌진의 30%가 ‘강성 지지층의 과다대표 현상을 막기 위한 당원제도의 개편’을 들었다. 민주당이 최근 당원들의 개입을 확대하려는 ‘당원 민주주의 반영’ 취지와 다소 거리가 있는 답변으로 보인다. 27.4%는 ‘정당 지도부 중심의 공천 제도를 분권화하는 상향식 공천제도 도입’을 지목했고 ‘대통령제 권력구조의 개편’에도 17.7%가 손을 들어줬다.
보고서는 “양극화정치는 추종과 혐오의 팬덤 정치로 이어진다”며 “팬덤정치는 반대하는 같은 당 의원들에게까지 일방적 혐오를 낳고 이는 당내 다원주의를 억압하고 합리적 공격과 욕설을 가져온다”고 했다. 이어 “팬덤 당원 중심의 정당 당헌, 당규 개정을 요구하고 민주적 정당정치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당원들이 정당 활동에는 참여할 수 있지만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의 활동과 역할까지 관여하는 것은 선을 넘는 것”이라며 “당이 당원에 의해 끌려가서는 안된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