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의 그림자 | ③ 확산되는 정치양극화
공천·정책 관여 강성 지지층, 의원·정당 움직인다
민주당 당원민주주의 급부상 … 거대양당 타협 장애물
국회 미래연구원 “팬덤 정치가 국회 양극화 부추겨”
‘당원의 힘’이 급부상했다. 강성 지지층들이 정당 안으로 들어가 정당 정책과 전략, 입법뿐만 아니라 당직, 공천에 이어 국회의장, 원내대표 선출에 까지 관여할 태세다. 강성지지층의 강해진 목소리에 국회의원과 정당이 따라가는 모습이다. ‘해 보니까 되더라’는 효용감은 강성 지지층의 행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부채질했다. 팬덤정치로 깊이 빠져들어가는 ‘악순환’은 정치 양극화를 극대화해 타협의 여지를 점점 희박하게 만들고 있다.
절대과반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를 ‘당원 민주주의’를 반영해 운영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당대표 선거 등에서 당원 비중을 100%로 늘려놨다. 제어되지 않은 팬덤정치는 혐오를 부추기고 정치를 전쟁터로 만들 수 있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나온다.
29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정당의 정책이나 입법뿐만 아니라 원내대표, 상임위원장, 국회의장 등 국회의원들만의 권한으로 생각했던 것들을 과거와 같은 틀로 해석하고 유지하는 게 아니라 당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고민해야 하는 단계에 와 있다”고 했다. 21대 국회가 ‘당원의, 당원에 의한, 당원을 위한’ 정치를 수면 위로 올려놓은 출발점이 됐다고 할 수 있다. ‘팬덤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얘기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문팬 등으로 이어지는 ‘팬덤’은 ‘사람’을 겨냥하고 있었다.
문재인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이철희 전 의원은 “(박근혜팬덤은) 경쟁세력에 대해서는 ‘철면피 인간’ ‘비열한 망나니’ ‘가증스런 위선자’ 등 적개심을 드러내는 팬덤언어를 사용했다”며 “지금의 팬질 그대로”라고 했다. 이어 “문팬덤은 전위대를 자처했고, 내편에겐 수호천사, 네편에겐 기동타격대로 행동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몰입은 안으로 열광을 낳고, 밖으로 혐오를 낳는다”며 “팬덤정치는 2022년 대선과 2024년 총선을 거치면서 이제 절정에 달한 듯하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운영에도 팬덤을 활용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팬덤의 문자폭탄에 “경쟁을 흥미롭게 해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며 두둔했다. 21대 국회에서 나타난 민주당의 ‘개딸’은 개인에 대한 추앙을 넘어 자기 세력화에 나선 대표적 사례다.
국회 미래연구원은 지난해 11월 27일~12월 1일까지 국회 보좌진 531명에게 질문지가 들어있는 설문용지를 배포, 수거하는 방식으로 팬덤 정치와 정치 양극화의 관계를 따져봤다. 정당과 정치인의 양극화와 유권자의 양극화간의 관계에 대해 48%가 ‘국회의원 등 정치엘리트의 양극화는 팬덤 정치 등 유권자 차원의 양극화가 반영된 결과’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