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한국이 협력의 시대에 성공하려면

2024-05-30 13:00:02 게재

이제 세계는 협력의 시대다. 경제는 물론 정치 사회 문화 모두 협력이 성공의 핵심요소가 되고 있다. 작금의 초변화 대전환시대에는 혼자서는 성공할 수 없다. 인공지능(AI) 등 광속의 기술변화 속에 생활 산업 사회 전체가 급속도로 변화하면서 아무리 훌륭한 기업이나 국가도 홀로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

올해 미국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와 하노버 산업박람회의 핵심 키워드를 고르라면 AI 대전환, 지속가능성과 함께 협력을 꼽을 만큼 그 중요성이 커졌다. 미국 CES에서 기조연설을 한 로레알 지멘스 등 글로벌기업들도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다른 회사와의 협력을 강조하고 기조연설에 협력회사 리더가 함께 출연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기조연설도 하지 않고 전시업체로도 참여하지 않았으나 올해 CES의 승자라고 평가 받는 것도 대부분의 기조연설 기업들이 MS와의 협력을 발표하고 사티야 나델라 CEO가 여러 기조연설에 찬조 출연했기 때문이다.

기술개발도 과거 ‘빠른 추격자’ 시대에는 단위기술의 개발이 중요했지만 ‘선도자’ 시대에는 글로벌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목적과 미션에 근거한 기술개발 및 융합이 중요하다. 기술도 협력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아무리 훌륭한 기업이나 국가도 혼자서는 변화 대응 어려워

협력의 중요성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현실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협력보다는 경쟁이 심화되며 부정적인 무한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우리나라를 협력 잘하는 국가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먼저 신뢰 기반의 협력적 가치관의 회복이 시급하다. 사회에 만연한 극단적 개인주의가 협력을 가로막고 있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말의 변질이 좋은 예다. 원래 ‘차보다 사람이 먼저다’는 의미로 시작된 이 표현이 ‘조직·회사보다 사람이 먼저다’ ‘국가보다 사람이 먼저다’로 변질되고, 급기야는 ‘다른 사람보다 내가 먼저다’라는 식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직 구성원으로 조직과 나의 발전을 일치시키는 노력보다 조직에서 취할 수 있는 혜택은 하나라도 놓치면 바보라는 이기주의가 지배적이다. 이러한 극단적 이기주의로는 조직의 힘이나 경쟁력을 기대할 수 없다. 이는 가치관의 혼란 및 기업가정신 추락으로 이어져 우리나라의 글로벌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협력적 가치관의 회복을 위한 국가적 노력이 시급한 이유다.

초변화 대전환시대의 성공 요건으로 내가 남을 배려하면 내가 손해 보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발전을 통해 결국 나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이타주의 및 협력문화를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우리 사회 전반에 전파해야 한다. 과거 분업시대의 요건인 분야별 전문화보다 초변환 대전환시대가 요구하는 융합 및 통합과 전문화의 조화도 필요하다.

융합 및 통합과 전문화의 조화 필요한 시대

우리나라가 협력 잘하는 나라가 되려면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교육제도 혁신이 시작이다. 이타주의 및 협력문화를 위한 교육혁신은 기본이다. 아울러 고등학교의 문·이과 구분을 완전 철폐하고 대학의 전공 구분도 단계적으로 유연하게 혁신되어야 한다. 다방면을 이해하는 융합적 인재가 협력을 촉진한다.

현재 기술중심으로 나뉘어 있는 국책연구기관도 과거 ‘빠른 추격자’ 시대의 산물이다. 세계적 추세인 미션 및 목적 중심 연구개발(R&D)을 위해서는 현재의 기술중심 경계를 유연하게 허물고 연구기관 간 협력 및 융합 연구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우리 정부조직도 시대에 맞는 개편이 필요하다. 현재의 수직적 기능조직으로는 부처 간 협력이 쉽지 않다. 부처 간 수평적 협력이 가능하도록 미션 및 목적 중심으로 조직재편이 필요하다. 정치적 위상이 커진 국회도 융합적이고 다학제적인 인적 구성을 통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 국민 전체의 융합적 역량 배양도 시급하다. 협력하자, 대한민국.

주영섭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 전 중소기업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