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출산율 0.76명대로…정부,저출생부 신설 ‘안간힘’
이대로 가면 2052년 전국민 평균 연령 58.8세
정부, 부총리급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 등 추진
재원 부족에 실효성 있는 정책 안보여 회의론도
올해 1분기 합계출산율이 0.76명까지 낮아졌다.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치를 또 갈아치웠다. 전국을 통틀어 3월 출생아 수는 2만명에도 못미쳤다. 지난해 연간 출산율은 0.72명까지 떨어졌다. 올해는 0.7명대 지키기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저출생대응기획부(저출생부)를 신설해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건전재정을 내세우는 정부가 저출생 극복에 충분한 재원을 투입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 저출산 흐름이 수십년간 쌓여온 복잡한 사회문화현상이어서, 이 흐름을 단번에 바꿀 뾰족한 정책이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만만찮다.
◆출생율, 매번 역대 최저치 =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1~3월) 합계출산율은 0.76명으로 집계됐다. 1분기 기준 역대 가장 최저치다. 종전 최저치인 지난해 1분기(0.82명)보다 0.06명 적다.
합계출산율은 가임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다. 1보다 작으면 인구는 자연감소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19년 1분기 1.02명을 기록한 이후 21분기 연속 1명을 밑돌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는 역대 최저인 0.65명까지 하락했다.
연간 기준 역대 최저 합계출산율(0.72명)을 기록한 지난해 1분기 합계출산율이 0.82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연간 합계출산율은 사상 처음 0.6명대로 내려올 가능성이 크다. 통상 출생아 수는 연초에 많고 연말로 갈수록 줄어든다.
특히 주 출산 연령대인 30~34세 출산율이 크게 하락하고 있다. 1분기에는 30~34세 여성 1000명당 출생아는 72.3명으로 전년 동기(76.7명)보다 4.4명 줄었다. 같은 기간 35~39세는 48.9명에서 45.9명으로, 25~29세는 23.8명에서 21.5명으로 각각 감소했다.
◆출산율 높다는 세종도 1.1명 = 지역별로는 전국 17개 시도 모두 전년보다 합계출산율이 감소했다. 특히 서울은 1년 만에 합계출산율이 0.63명에서 0.59명까지 낮아졌다. 전국에서 합계출산율이 가장 높은 세종시도 같은 기간 1.2명에서 1.1명으로 하락했다.
3월만 놓고 보면 출생아 수는 1만9669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7.3%(1549명) 감소했다. 3월 기준 가장 적은 출생아 수다.
전년 동월 대비 출생아 수는 2015년 12월부터 계속 줄다가 2022년 9월 13명 반짝 늘었고 그해 10월부터 다시 줄기 시작해 18개월째 감소세가 계속됐다. 시도별로 보면 세종을 제외한 16개 시도에서 전년 동월 대비 출생아 수가 줄었다.
지난 3월 사망자 수는 3만116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7.6%(2205명) 증가했다.
같은달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아 우리나라 인구는 1만1491명 자연감소했다. 시도별로 보면 세종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인구가 자연감소했다. 우리나라의 인구 자연감소는 2019년 11월부터 53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고령화와 맞물려 경제 악영향 = 저출생은 고령화와 맞물려 우리 경제 성장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2052년 장래인구추계 시도편’을 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41년 4000만명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2052년에는 전국민을 나이순으로 줄 세웠을 때 중간에 선 사람의 나이가 58.8세에 이를 정도로 고령화가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2022년 3674만명이던 국내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2052년 2380만명까지 약 35.2% 줄어들 전망이다. 일 할 사람이 급격히 줄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급락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정부도 저출생 문제를 위기로 판단해 부총리급의 저출생부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낼 수 있느냐다. 정부는 수십년째 매년 막대한 예산을 저출산 해결을 위해 투입하고 있지만 시대흐름을 막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명박정부 당시인 지난 2012년에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위원장을 보건복지부 장관에서 대통령으로 격상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재정여력도 문제다. 신설되는 저출생부가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펴려면 충분한 재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3년째 세수 여력이 어려운 가운데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해야 하는 재정당국 입장에선 획기적인 재정 투입이 쉽지 않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7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저출생부를 적극 뒷받침할 생각”이라면서도 “기존에 저출생 대책들의 재정 지원 관련해 제대로 되고 있는 건지 (살펴보고) 덜어내는 것도 재원을 더 투입하는 것 이상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