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기업대출 연체율 11%…부동산PF 연체 속도 빨라
금감원 ‘연체율 관리’ 내주 현장점검
‘부실 토지담보대출’ 신속 정리 필요
PF규모 큰 OK저축은행 신용등급↓
저축은행 1분기 연체율이 8.8%에 달하는 등 올해 들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기업대출 연체율이 11%를 기록하면서, 연체가 급증하고 있는 토지담보대출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29일 저축은행중앙회는 79개 저축은행의 1분기 연체율이 8.80%로 전년말(6.55%) 대비 2.25%p 상승했다고 밝혔다. 저축은행 연체율은 2021년 2.51%, 2022년 3.41%, 지난해 6.55%로 증가폭이 점차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증가 속도가 더 빨라졌다. 중앙회는 “경기회복 둔화 및 경기침체 등으로 인한 거래자의 채무상환능력 저하로 연체율이 지속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연체율 산정시 모수가 되는 여신 감소도 연체율 상승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저금리 시대에 대출 규모 급증에 따라 연체율이 최저 수준을 보였다면, 지금은 대출 감소로 그 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11%로 전년말(7.48%) 대비 3.52%p 상승했다. 중앙회는 부동산PF대출과 새출발기금 협약에 따라 제3자 매각이 제한된 개입사업자 대출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PF대출에는 13조원에 달하는 토지담보대출과 9조6000억원 규모의 기존 부동산PF 대출이 포함돼 있다. 그 중에서도 토지담보대출 연체 증가가 심각한 상황이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5.25%로 전년말(5.01%) 대비 0.24%p 상승하는데 그쳤지만, 경기침체 여파로 가계대출 연체가 급격히 늘 경우 저축은행으로서는 큰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연체가 늘고 있지만 매각·상각 등을 통해 부실을 털어내고 있어서 관리 가능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중앙회의 설명이다.
가계대출은 부실채권 매각 등을 통해 신속하게 연체율을 관리할 수 있지만 부동산PF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은 정리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저축은행 연체율은 당분간 상승 추세를 유지하고, 쉽게 떨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최대한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 지난 4월에 이어 다음주부터 2차 현장점검에 나선다. 연체율이 높고 연체 관리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10개 안팎의 저축은행이 점검 대상이다.
저축은행의 부실채권비율(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32%로 전년말(7.73%) 대비 2.59p% 상승했다. 올해 1분기 총 여신 규모가 101조3000억원인 만큼 부실채권 규모는 10조4500억원에 달gksek. 총 여신은 전년말(104조원) 대비 2조7000억원(2.6%) 감소했지만 부실채권은 증가 했다.
중앙회는 “부동산 PF대출 사업성 평가기준 도입, 다중채무자 충당금 적립 강화 등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위한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라며 “이에 따라 향후 저축은행의 경영전략은 수익성 개선 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보다 초점을 맞춰 대응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손실흡수능력 제고, 적극적인 부실채권 정리 및 증자를 통한 자본확충 등 경영안정성 유지를 위한 자구노력과 함께 정책·감독당국 및 한국은행 등 유관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현 상황을 안정적으로 극복해 나아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부동산PF대출 규모가 큰 OK저축은행은 최근 신용등급이 하락했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OK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한 단계 내렸다. 1분기 기준 OK저축은행의 부동산PF 관련 대출은 2조353억원으로 전체 여신의 17.3%를 차지하고 있다. 자기자본 대비 134.7%에 달한다. 본PF대출(9498억원) 보다 브릿지론(1조855억원) 규모가 더 크다.
한기평에 따르면 1분기 OK저축은행의 부동산PF 관련 연체율은 18.0%로 나타났다. 2022년말 3.9% 대비 크게 상승한 것이다. 한기평은 “부동산 경기 저하와 고금리 및 공사원가 증가에 따른 부동산PF 사업성 저하를 감안할 때 부동산PF 리스크는 당분간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전망”이라며 “부동산PF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자산건전성 저하 및 대손비용 증가로 인한 수익성 하방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