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미술가 작품 더해지니 동네카페 활짝
관악구 일상공간을 작은 전시관으로
문화공간 확대·지역경제 활성화 효과
“조각가가 거대한 진흙을 치듯 캔버스에 큰 도형 틀을 만들고 안쪽에 풍경을 그렸어요. 미국 서부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과 캐나다 밴프국립공원 에메랄드 호수 모습이 보일 거예요.”
서울 관악구 행운동 봉천로변에 위치한 카페 온더레이크. 손모아 작가가 카페 한켠에 내걸린 그림 앞에서 “사회생활에 힘든 현대인들이 힐링할 수 있는 느낌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설명하자 박준희 구청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친다. 주민들은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며 그림을 감상하거나 작품을 담은 엽서를 구경한다. 박 구청장은 “도시경쟁력을 좌우하는 건 문화”라며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와 동네카페를 연결해달라는 주민들 제안을 정책으로 구현해 더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30일 관악구에 따르면 주민들이 즐겨찾는 일상공간이 작은 전시관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관악 예술로 리디자인(Re-Design) 스폿갤러리(spotgallery)’라 이름붙인 기획사업이다. 민선 8기 협치과제로 주민이 제안한 사업으로 지역 내 다양한 지점(spot)을 발굴해 전시공간을 마련하고 지역 예술가를 연계하는 형태다. 일상 속 공간 자체가 다양한 전시관으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규모가 60㎡ 이상 공간이 있는 카페와 음식점 등 가운데 희망하는 업소를 모집, 공무원들이 발로 뛰어 현장을 확인한 뒤 12곳을 선정했다. 작가들은 예술성 창의성 시사성 등을 기준으로 24명을 뽑았다. 구 관계자는 “공간과 작가 모두 2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며 “첫해 이 정도이니 내년에는 물밀듯이 참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간 분위기를 고려해 작가 2명씩 연계했고 총 6점씩 작품을 내건다. 이달부터 10월까지 3회로 나누어 프로젝트를 이어간다. 행운동 카페는 공간이 현대적이고 깔끔한 만큼 차분하면서도 화려하고 따뜻한 손모아·노모란 작가 작품이 잘 어우러진다. 공공미술프로젝트와 관악아트홀 독서 인문학 콘서트에 참여하는 등 지역 내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들이다.
1차 전시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작가도 점포주도 대만족이다. 작가들은 “상업적인 갤러리는 관객들이 들어가기 꺼려하는데 일상 공간 안에 그림이 걸리니 접근성이 좋다”고 말했다. 카페측도 “다양한 연령대 주민들이 찾는데 그림에 대한 반응이 좋다”며 “작품이 내걸리니 공간이 더 살아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관악구 입장에서는 부족한 문화예술공간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다. 현재 200㎡ 규모 ‘관악아트홀’과 구청 본관 ‘갤러리 관악’, 신림역 인근 컨테이너 건물에 조성한 ‘문화플랫폼 S1472’까지 세곳뿐이라 공간에 목말라하는 작가들이 많다. 그만큼 주민들도 그림을 접하기 어려운 셈이다. 박준희 구청장은 “수백억원을 들여 건물을 짓는 것보다 작가와 주민 상인을 연결해 그 이상의 효과를 얻고 있다”며 “행정이 지향해야 할 가치”라고 강조했다.
관악구는 연말에는 기획사업 참여 작가들 작품을 한데 모아 갤러리 관악에서 특별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박 구청장은 “소상공인 점포를 예술가가 간판이나 차림표 등을 개선하는 아트테리어(Art+Interior) 사업과 연계해 전시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법도 고민해 볼 만하다”며 “갤러리 관악도 보다 확장하고 구청 내에서 영상으로 세계 명화를 송출하는 사업을 동주민센터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행정이 문화를 담아내면 주민 삶의 질이 높아진다”며 “청년 예술 문화 등 지역 자원이 상승효과를 일으키고 주민 행복감을 한층 더 높일 수 있는 문화예술도시 관악을 조성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