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입막음돈’ 모든 혐의 유죄
배심원단 만장일치 평결, 7월 11일 선고 … 트럼프 “나는 무죄, 조작된 재판”
뉴욕 맨해튼 주민 12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사건 심리 이틀째인 이날 오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심리를 마친 뒤 만장일치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죄를 결정했다고 뉴욕타임스(NYT), CNN방송 등 미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CNN은 “미국 역사상 중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최초의 전직 대통령으로 기록되는 전례 없는 역사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배심원단의 평결은 심리 착수 후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앞서 배심원단이 심리 첫날인 29일, 재판 과정에서 나왔던 핵심 증인의 진술 일부를 다시 들려달라고 판사에게 요청하면서 심리가 다음 주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실제 심리에 소요된 시간은 10시간이 채 안됐다.
NYT는 배심원단이 평결을 내린 후 전직 대통령은 무표정한 얼굴로 침울한 표정을 지은 채 앉아있었다고 전했다.
유죄 평결이 내려짐에 따라 이번 재판은 담당 판사인 후안 머천 판사의 형량 선고를 앞두게 됐다. 머천 판사는 선고 기일을 오는 7월 11일로 정했다. 이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되는 공화당의 전당대회(7월 15~18일)에 임박한 시점이다.
NYT는 이날 평결을 “미국 사법 시스템의 회복력을 시험하고 11월 선거까지 반향을 일으킬 특별한 재판”이라고 묘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대 4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지만,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도 있으며, 항소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사건이 해결되기까지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심원단의 결정은 미국 역사에서 지울 수 없는 순간”이라며, “선거일 전에 재판에 회부될 가능성이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4건의 형사 사건 중 유일한 사건으로 마무리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직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의 성관계 폭로를 막기 위해 마이클 코언을 통해 13만달러(약 1억7000만원)를 지급한 뒤 해당 비용을 법률 자문비인 것처럼 위장해 회사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번 재판이 단순한 회계장부 조작이 아니라 2016년 미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저질러진 별도의 선거법 위반 행위를 감추기 위해서였다는 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받는 혐의가 중범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고, 배심원단은 이를 받아들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죄 평결에 대해 “나는 무죄이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해, 향후 ‘정치적 음모이자 정적을 겨냥한 바이든정부의 마녀사냥’이란 프레임으로 대응해 나갈 뜻임을 시사했다.
그는 평결 이후 법원 앞에서 “이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며 부패한 판사에 의한 조작된 재판이다. 진짜 판결은 11월 대선에서 내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전체가 지옥으로 가고 있다. 이 모든 일이 정적을 상처입히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에서 행해졌다”면서 “우리는 마지막까지 싸울 것이고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기 위해 뉴욕을 방문했던 공화당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도 성명을 통해 “오늘은 미국 역사상 수치스러운 날”이라며 “민주당은 환호하며 우스꽝스러운 죄목으로 기소된 상대 당의 지도자에게 유죄 결정을 내렸다”고 비난했다. 존슨 의장은 “이는 순전히 정치적인 결정이며, 사법적 행위가 아니다”라고 규탄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