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해운사 폴라리스쉬핑 계속경영 가능할까
구속영장 신청으로 오너리스크 증폭 … 검찰 판단에 시선 집중
‘외감 보고서’ 지각 채택 후 일주일만에 … 실패한 매각 재추진 관심
중견 해운사 폴라리스쉬핑의 계속 경영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29일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김완중 한희승 폴라리스쉬핑 공동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두 사람은 회사경영권 방어를 위해 폴라리스쉬핑 자금 약 500억원을 지주회사인 폴라에너지앤마린(이하 폴라E&M)에 대여하는 형식으로 제공해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은 삼정회계법인이 22일 공시한 폴라리스쉬핑에 대한 ‘독립된 감사인의 감사보고서’에서 강조한 주의사항이 현실화될 우려를 키우고 있다.
삼정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에서 감사의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항이지만 주의를 기울여야 할 몇 가지 사항 중 ‘대표이사 배임혐의 등’을 첫째로 명시했다.
감사보고서는 일반적으로 3월말 채택되는 것에 비해 2개월 가량 늦어졌다. 그 사이 삼정회계법인이 감사의견을 거절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돌았다.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공동대표 2명을 불러 면담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경찰의 수사내용과 공동대표 면담 등을 고려한 후 이르면 다음주 초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두 대표는 폴라E&M에 회사자금을 대여한 것은 경영판단에 따른 정상적인 거래였다며 배임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부산지방법원은 지난 2월 김 대표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와 업무상 과실선박매몰 혐의로 금고 3년을 선고한 것도 주의사항에 기록됐다. 부산지법은 2017년 남대서양 해역에서 침몰해 22명의 실종자가 발생한 스텔라데이지호(폴라리스쉬핑 소속) 사고와 관련해 선박 수리나 폐선을 결정할 최종 결정권자인 김 대표가 안전보다 영업이익을 우선시해 제때 선박 수리가 이뤄지지 않아 사고를 야기했다고 봤다. 김 대표는 항소했다.
◆칸서스자산운용 부채 상환기일 연장 = 공시에 따르면 폴라리스쉬핑은 지난해 2032억원 상당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22년 2225억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매출액도 1조2371억원으로 1년 전 1조3988억원에 비해 소폭 줄었다. 회사는 브라질 발레광산 철광석 등을 중국 한국 등으로 운송하는 장기계약을 바탕으로 안정적 수익원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외부에서 조달한 부채가 발목을 잡고 있다. 폴라리스쉬핑의 지주회사인 폴라E&M은 칸서스자산운용에 1580억원 규모의 대출금을, 폴라리스쉬핑은 NH PE-이니어스PE 컨소시엄에 1521억원 규모의 부채(교환사채)를 갚아야 한다. 칸서스자산운용은 2월말로 도래한 상환만기일을 6개월 연장했고, 이니어스 컨소시엄(이니어스엔에이치사모투자합자회사)은 지난해 5월 도래한 만기일을 올해 2월로 9개월 연장했지만 추가 연장하지는 않은 상태다.
폴라리스쉬핑 최대 주주는 폴라E&M(80.52%)이다. 공동대표인 김완중 한희승 회장의 지분은 각각 2.93%다. 지주회사인 폴라E&M은 김 회장이 50.0%로 최대 주주이고, 한 회장은 19.42%를 보유하고 있다. 한 회장 소유 한원마리타임 지분 26.98%까지 더하면 46.4% 비중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폴라E&M이 부채를 상환하려면 폴라리스쉬핑에서 배당을 받아서 줘야 하는 구조”라며 “폴라리스쉬핑 자금을 폴라E&M에 대여한 자금거래가 배임혐의로 수사대상이 된 상황에서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칸서스자산운용은 자신들의 채권을 확보하기 위해 만기일을 연장하고 3000억원 규모의 새로운 펀드를 결성하는 것도 검토했지만 계속 추진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3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하면 대출금 상환용 자금을 다시 대출(리파이낸싱)하고, 남은 1400억원 규모 자금으로 폴라E&M이 폴라리스쉬핑에 갚아야 할 720억원 규모 자금을 갚고 폴라E&M증자에도 참여해 최대 주주로서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됐다.
감사보고서는 이 부분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정회계법인은 “폴라E&M은 채무상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며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조달이 완료되는 경우 연결회사의 지배구조에 변동이 발생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으로 칸서스 계획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경찰 발표 이후) 칸서스는 펀딩을 통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안은 접고 채권을 확보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폴라E&M이 부채상환 자금을 마련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200억원 가격차이로 1월말 매각협상 결렬 = 이니어스 컨소시엄이 투자금을 돌려받는 것은 더욱 복잡한 상황이다. 폴라리스쉬핑은 2017년 3월 이니어스 컨소시엄에 1521억원 규모 교환사채를 발행했고, 지난해 5월 도래한 만기를 올해 2월로 연장했다. 상환하지 못하면 경영권을 매각해 재원을 마련하는 조건도 붙었다. 지체이자까지 합쳐 폴라리스쉬핑이 갚아야 할 돈은 2700억원 규모로 불어났다.
하지만 우리금융그룹의 우리프라이빗에쿼티(PE)를 우선협상자로 진행하던 매각작업은 인수희망자와 매도자 사이의 희망가격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결렬됐다. 인수희망가격은 4100억원, 매도희망가격은 4300억원으로 알려졌다.
국책금융기관들도 폴라리스쉬핑에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쉬핑의 영구채 4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3200억원 규모의 선박금융도 보증했다. 영구채 400억원은 현재 해진공 동의없이 폴라E&M으로 흘러간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이 제공한 선박금융 중 7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것도 있다. 산업은행이 풋옵션을 행사하면 폴라리스쉬핑은 이를 갚아야 한다.
외부 투자자들에게 갚아야 할 돈과 지주회사인 폴라E&M에게 대여한 돈의 회수, 채무상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폴라E&M의 유상증자 추진 등은 △특수관계자와의 주요 거래 △보고기간 후 사건 등으로 감사보고서에 ‘강조사항’으로 명시돼 있다.
감사보고서는 폴라리스쉬핑이 보고기간 후 4척의 매각 계약을 체결했고, 추가 1척의 선박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사항도 기록하며 “선박매각대금 수취 후 (폴라E&M에) 배당을 지급할 게획이 있으며, 선박 매각이 (폴라리스쉬핑) 영업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유의적이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고 적었다.
시장의 관심은 우선 검찰의 기소 여부,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쏠리고 있지만 최종 관심은 폴라리스쉬핑의 계속 경영 여부다. 장기운송계약을 보유한 폴라리스쉬핑이 어떤 식으로 부채를 상환하며 계속 기업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할 것인지 시장은 지켜보고 있다.
정연근·오승완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