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임금 3년째 감소, 구매여력 없어지니 '내수 동반위축’

2024-05-31 13:00:37 게재

4월 산업활동동향 분석…생산 반등했지만 내수·투자는 감소

기재부 “5월 수출도 증가 기대, 제조업·수출이 경기회복 견인”

하반기 경기 핵심변수로 떠오른 내수…소비자 구매여력 ‘위기’

지난달 생산이 전월 대비 1.1% 늘며 한 달 만에 증가 전환했지만, 소매 판매는 1.2%, 설비투자는 0.2% 각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달 전(全)산업 생산 지수는 113.8(2020=100)로 전월 대비 1.1% 증가했다. 지난 3월 전월 대비 2.3% 감소한 이후 한 달 만의 증가 전환이다.

부문별로 보면 광공업 생산은 반도체 생산이 지난 1월(-8.3%) 이후 최대 폭(-4.4%) 감소했다. 전월(-0.9%)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다. 다만 자동차는 15개월 만에 최대 폭인 8.1% 늘며 전체 광공업 생산(2.2%) 증가를 견인했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반도체는 수출이 잘 되고 업황이 좋은 상태인데, 기저효과가 있다”며 “반도체 지수가 148.8로 지수 수준 자체도 괜찮고, 전년 동월 대비로도 증가(22.3%)했다. 업황 자체가 좋기 때문에 나쁜 상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소매판매액지수는 101.2로 전월 대비 1.2% 감소했다. 전월에 1.1% 증가한 지 한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설비투자는 자동차 등 운송장비에서 투자가 0.3% 늘었으나, 특수산업용기계 등 기계류에서 0.4% 줄어 전월 대비 0.2% 감소했다. 설비투자 감소세는 전월(-6.3%)에 이어 두 달 연속 이어지고 있다.

◆경기회복 기대감 커지나 = 지난달 생산 증가세는 자동차(8.1%)와 화학제품(6.4%) 등이 이끌었다. 하이브리드 승용차 생산이나, 화장품 생산이 증가한 영향이다. 이 품목들을 중심으로 출하가 1.8% 늘어난 반면, 지난달 재고는 0.9% 늘어나는 데 그치며 출하량 대비 재고량 수준을 의미하는 재고·출하비율은 110%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만큼 출하가 활발하다는 뜻이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달 전보다 0.2% 하락한 반면, 향후 경기 상황을 전망하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경기상황이 바닥을 찍고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기획재정부도 “4월 산업활동은 전산업 생산이 주요 생산부문의 전반적인 개선에 힘입어 반등하면서 3월 일시적 조정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재개했다”고 긍정 평가했다. 김귀범 경제분석과장은 “5월 수출도 증가가 기대되는 등 2분기에도 제조업・수출이 경기회복을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경기 회복을 위해 먹거리・생필품 물가 관리 등 민생 체감도 제고에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내수 왜 하향곡선 그리나 = 그러나 생산 회복세와 달리 내수는 하반기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 작년부터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던 내수는 올 1분기가 지나면서 꺾이는 모양새다. 고물가 탓에 실질소득이 쪼그라들면서 소비여력이 떨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당분간 장바구니물가가 내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장래를 대비해 소비를 줄이는 추세도 반영됐다.

실제 통계지표를 봐도 고물가가 계속되면서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이 2년 연속 감소했다. 이전 소득 의존 비율이 큰 고령층과 청년층은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4월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를 보면 물가 상승률이 임금 상승률을 넘어선 영향으로 1~3월 상용근로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371만1000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77만5000원보다 1.7% 줄었다.

물가 수준을 반영하지 않은 명목임금은 421만6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만3000원(1.3%) 늘었지만, 물가를 반영하니 실질임금이 줄어든 것이다. 특히 대기업을 제외한 상용 300인 미만 사업체의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369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줄었다.

근로자 실질임금은 지난 2022년(-0.2%)과 2023년(-1.1%) 2년 연속으로 감소했다. 이 추세라면 3년째 실질임금이 줄어들게 될 위기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도 올해 1분기 가구 실질소득이 1년 전보다 1.6% 줄어 7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먹거리 물가 상승률, 7분기째 소득 증가율보다↑ 먹거리 물가 상승률이 7개 분기째 처분가능소득(가처분소득) 증가율보다 높게 나타나며 소비자 부담이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돈 쓸 곳 더 많아지는데 구매력은 감소 = 가계의 실질 구매력 역시 매년 떨어지는 추세다. 한국은행은 지난 27일 발표한 ‘고물가와 소비:가계의 소비 바스켓과 금융자산에 따른 이질적인 영향을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고물가가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전반적으로 떨어뜨렸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최근까지 누적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8%에 달했다. 이 기간 연평균 물가 상승률은 3.8%로 2010년대 평균(1.4%)의 두 배가 넘었다. 이러한 물가 상승은 실질 구매력 축소 등으로, 2021~2022년 소비 증가율을 약 4%p 낮춘 것으로 조사됐다. 또 가계별 금융자산·부채의 실질가치 하락으로 이 기간 소비를 1%p 더 낮췄다.

고물가는 특히 고령층과 저소득층 등 취약 계층에 타격을 줬다. 가계의 소비 품목을 담은 ‘소비 바스켓’ 차이를 고려한 실효물가 상승률은 고령층(16%)과 저소득층(15.5%)이 청장년층(14.3%)과 고소득층(14.2%)보다 높게 나타났다. 식료품 등 필수재의 물가 상승률이 높아 체감물가가 더욱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계의 자산·부채를 고려하면 고령층과 청년층이 고물가의 부정적 영향을 더 크게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고령층은 금융자산을 부채보다 많이 보유하고 있어 자산의 실질가치 하락에 따른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청년층은 전세보증금의 실질가치가 하락하며 물가 상승의 부정적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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