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업은 한동훈, 말만 앞선 친윤…전대 이후 당정 ‘안갯속’
한 전 위원장, SNS로 복귀 … 여당 지지층 70% ‘전대 출마 적절’
친윤·경쟁자들 잇단 견제구 ‘무기력’ … “윤-한 만나 조율해야”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이 당권에 바짝 다가서는 모습이다. 여론의 지지가 든든한 지원군이다. 친윤과 당권·대권 경쟁자들이 연신 견제구를 던지지만, 치명상을 입히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8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 이후의 당정관계가 안갯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이다.
31일 여권에서는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이라는 전망이 유력해지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이 당권 도전을 선언하지도 않았는데, 출마와 당선을 벌써부터 기정사실화하는 것. 여권 인사는 30일 “한 전 위원장이 사실상 출마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 필적할 만한 경쟁자가 없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4.10 총선 참패 이후 잠행에 들어갔던 한 전 위원장은 SNS를 통해 정치 행보를 재개하고 있다. 지난 18일 ‘해외직구 논쟁’에 뛰어들었던 한 전 위원장은 30일에는 ‘지구당 부활론’을 제기했다. 한 전 위원장은 “정치신인과 청년들이 현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지구당을 부활하는 것이 정치개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전 위원장의 지구당 부활 메시지는 전당대회 표심을 겨냥했다는 해석도 낳는다. 이날 국민의힘 원외 조직위원장들은 성명을 통해 지구당 부활을 강하게 요구했다. 한 전 위원장과 원외 조직위원장들이 한날,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날 공개된 여론조사도 ‘어대한’에 힘을 실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조사(27~29일, 전화면접조사,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한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에 대한 의견을 묻자, 국민의힘 지지층의 70%가 ‘적절하다’고 답했다. ‘부적절하다’는 22%에 그쳤다. 야권 지지층에서는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많았지만, 여당 지지층은 ‘한동훈 당권’을 적극 지지하는 것이다.
친윤을 비롯해 당권·대권 경쟁자들은 잇따라 견제구를 던지지만 눈에 띄는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SNS를 통해 수차례 한 전 위원장의 당권 도전을 비판했다. 홍 시장은 지난 24일 “임명직으로 당을 지휘하다가 그 밑천이 드러나 정권 2년차 중차대한 총선거를 망친 사람을 또다시 선출직으로 맞아들인다면 당의 미래는 없다”고 주장했지만, 당내 공감대는 넓어 보이지 않는다.
30일 윤 대통령과 여당 의원들이 단합을 과시한 워크숍에 강사로 나선 인명진 전 비대위원장은 4.10 총선 참패 원인을 분석하면서 “(총선 당시) 비대위원장이 구의원 선거도 한 번 안 해본 사람이었다. 180석을 얻는 것도 너무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에게 총선 참패 책임론을 지우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 같은 견제구는 ‘한동훈 대세론’을 꺾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황우여 비대위원장은 이날 단일형 지도체제와 집단 지도체제를 섞은 ‘절충형 지도체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현재 국민의힘은 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뽑는 단일형 체제다. 단일형 체제는 대표의 힘이 막강할 수밖에 없다. 황 비대위원장은 대표 경선에서 탈락한 2~3위를 최고위원으로 부활시켜주는 절충형을 내놓은 것. 황 비대위원장은 이날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한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에) 나와도 (다른 후보가) 나올 수 있도록 대표 선거 2~3등이 최고위에 남으면 어떻겠느냐”고 밝혔다. 한 전 위원장이 출마하면 다른 후보들이 포기하는 걸 막기 위해 절충형 체제를 도입하자는 설명이지만, ‘한동훈 대표체제’를 미리 견제하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윤핵관 이철규 의원조차 채널A ‘정치시그널’에 나와 “누군가를 견제하기 위해 단일지도체제에서 집단지도체제로, 또는 절충형으로 가자, 이렇게 들리는 순간 우리 제도는 형해화한다”고 지적했다. 실익 없는 견제구를 던지지 말라는 의미로 읽힌다.
결국 전당대회 이후 당정관계는 안갯속이라는 전망이다. 한 전 위원장이 출마할지, 출마해서 당선된다면 윤 대통령과 어떤 관계를 형성할지, 전적으로 한 전 위원장 선택에 달렸다는 것. 이철규 의원은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이 직접 만나 당정관계의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의원은 “반윤, 반한이라며 가르마를 타고 프레임을 짜는 것은 우리 당이 잘못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의도된 프레임”이라며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이) 만나야 한다. 이견이 있으면 만나서 조율하고 하다못해 논쟁해서라도 결론을 도출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