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오물풍선’ 공방 외신도 주목
AFP AP BBC 등 주요 매체들 소개 … 한국전쟁 이후 남북 ‘풍선전쟁’ 조명도
AP통신은 2일 합동참모본부 발표를 인용해 “전날 밤부터 이날 아침 사이 북한에서 600여개의 오물 풍선(trash-carrying balloon)이 살포돼 한국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면서 “이는 대북 단체들의 전단 살포에 대한 북한의 보복”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27일 실패로 끝난 군사정찰위성 발사와 같은 달 30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발사 등 일련의 도발에 이어 북한이 오물 풍선을 살포했다고 이 매체는 설명했다.
또 군 당국이 화생방신속대응팀(CRRT)과 폭발물 처리반(EOD)을 급파해 전국 각지에서 오물 풍선 260여개를 수거하고 서울시가 풍선 살포와 관련해 시민들에게 보낸 안전안내문자 등 당국의 대응을 소개했다.
AFP 역시 이날 서울발 기사에서 합참의 발표 내용과 함께 “담배꽁초와 판지, 플라스틱 조각 등 대남 풍선에 들어있는 쓰레기를 방호복을 입은 군인들이 수거하는 것이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한국 정부는 이번 도발을 ‘비이성적’이고 ‘저급하다’고 표현했지만 이번 오물 풍선 살포는 최근의 탄도미사일 발사와는 달리 유엔의 대북 제재 위반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에 대한 대책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논의할 것이라는 국내 언론보도를 함께 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북한이 지난달 28일부터 오물 풍선을 살포하기 시작했으며, 풍선 안에 건전지, 신발 조각, 대변 거름 등이 들어있었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북한이 이러한 도발을 하는 배경과 수십년간 남북이 주고받은 ‘전단 살포’ 전쟁을 조명하기도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남한 활동가들이 북한 비방 전단을 실어 보내는 풍선에 북한은 오랫동안 분노해 왔다”며 “해당 풍선에는 때때로 현금과 쌀, 남한 드라마 시리즈가 든 USB 드라이브 등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AP도 “2600만 북한 주민은 외국 뉴스를 거의 접하지 못하며, 북한은 이들에 대한 김정은의 절대적 통제력을 저해하려는 외부의 어떤 시도에도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짚었다.
BBC는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남북한 모두 선전전에 풍선을 이용해 왔다”면서 “남한의 활동가들은 북한을 비방하는 선전 외에도 현금, 북한에서 금지된 미디어 콘텐츠, 한국의 간식으로 역시 북한에서 금지된 초코파이 등까지 넣은 풍선을 날렸다”고 소개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평양에 맞서 풍선 전쟁을 이끄는 탈북자 박상학은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대북 전단 살포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박씨를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피가로는 박씨를 가리켜 “누구보다 북한 사회가 얼마나 폐쇄적인지 잘 아는 활동가”라며 “김정은의 반복되는 핵 도발 앞에서 풍선을 보내는 건 사소한 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는 북한 정권을 화나게 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고 보도했다.
AFP는 “남북한의 선전 공세는 때때로 더 큰 보복으로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18년 남북 정상이 전단 살포 등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합의했다가 북한이 2020년 6월 일부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개성공단 내 남북 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한 것, 2020년 한국 국회가 ‘대북전단 금지법’을 통과시켰으나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판결한 것 등 최근 수년간의 갈등 사례를 자세히 전했다.
일부 외신들은 남한의 경고에 이어 북한이 당분간 대남 풍선 살포를 중단키로 했다는 내용까지 추가로 보도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북한은 자신들의 캠페인이 이웃 국가의 반체제 운동가들이 보낸 선전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조치였다면서 국경을 넘어 남한으로 쓰레기가 가득 담긴 풍선 보내기를 중단키로 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방송은 “우리는 남한 씨족들에게 불쾌하고 흩어진 폐지를 치우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충분히 경험하게 했다”는 김강일 북한 국방성 부상의 발언을 전한 뒤 “남측에서 다시 대북전단을 날리면 북한은 수백 배에 달하는 쓰레기를 버리는 풍선 살포를 재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