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세수부족’ 우려 커지는데 웬 감세 경쟁?
4월까지 법인세수만 12.8조 줄어 … 작년 세입추세라면 올 31조원 결손
경기 회복돼도 최소 ‘10조원대’ … 이런 상황에 정부·정치권은 감세경쟁
지난해 하반기 수출과 반도체 경기 부진 탓에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대규모 세수 결손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월까지 법인세수만 12조8000억원 감소했다.
작년 수준으로 세수가 걷힌다면, 정부가 당초 계획한 예산보다 30조원대 세수가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획재정부는 하반기 이후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더라도 적어도 10조원대 세수 결손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더구나 정치권과 정부는 총선 전후로 감세경쟁에 나서고 있다. ‘세수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이란 비판이 나온다.
◆“하반기 경기 회복되면…” =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세수입은 125조6000억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8조4000억원 줄었다. 올해 예산(367조3000억원) 대비 진도율은 34.2%다. 56조4000억원의 대규모 ‘세수 펑크’가 발생했던 작년(38.9%)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국세수입 감소는 법인세가 예상보다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4월까지 법인세수는 22조8000억원 걷혔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조8000억원 줄었다. 법인세가 감소한 건 지난해 하반기 경기가 정부 예측보다 더 부진했던 탓이다. 특히 반도체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더뎠다. 반도체를 비롯한 제조업 부진으로 지난해 12월 코스피 결산 기준 상장기업 705개의 작년 개별 기준 영업이익은 39조5812억원으로 집계돼 전년보다 44.96% 줄었다.
남은 기간 지난해와 똑같이 세금이 걷힌다고 가정하면 올해 세수는 335조7000억원이다. 예산 대비 31조6000억원 덜 걷히게 된다. 지난해 실적(344조1000억원)보다 낮은 수준으로 세금이 걷히는 셈이다.
다만 정부는 앞으로 남은 기간은 작년보다 세수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1.3% ‘깜짝 성장’한 흐름이 하반기 세수에 반영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종합소득세가 들어오는 5월, 법인세 중간예납이 들어오는 8월 이후에는 올해 세입 예산과 실제 세수의 차이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소비 심리가 개선되면서 부가가치세 등 다른 세목의 수입이 개선되고 있다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다만 4월까지 비슷한 세수 감소가 발생한 과거 사례를 참고할 때 올해 10조원대 세수 결손은 불가피할 것이란 게 기재부 안팎의 관측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도 세수 결손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는 하지만, 작년만큼 대규모 결손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부세 폐지, 상속세 완화? = 정부는 6월 유류세 인하 조치 종료를 앞두고 더 이상 연장하지 않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올해도 세입 여건이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2011년 11월부터 지난해까지 유류세 인하로 16조원의 세수가 덜 걷혔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감세 경쟁에 여념이 없고,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기재부도 ‘나 몰라라’식이다.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종부세 폐지 등 감세 방안을 논의 중이다. 대통령실은 종부세 폐지와 함께 상속·증여세 완화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한발 더 나갔다. 여당도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상속세 개편 등을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정하면서 감세 경쟁에 가세했다.
종부세가 폐지되면 올해 고가주택 소유자에게서 걷게 될 적어도 4조원 이상의 세수가 사라진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과세원칙과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다.
역시 감세 대상인 상속·증여세 완화나 금투세 폐지도 ‘부자감세’ 논란을 더 키울 상황이다.
한편 정부의 감세 기조에 맞춰 세제개편 작업을 진행 중인 기획재정부는 의견 수렴을 거쳐 세법 개정안에 구체적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세법개정안은 7월말 또는 8월초 발표한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