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퇴사 늘고 전문인력 지원 줄어…미, 급여수준 자체 결정

2024-06-03 13:00:00 게재

민간기업과 급여 격차 커져, 우수인재 이탈

해외 금융당국도 퇴직률 증가, 대응방안 마련

영국 의회 ‘급여수준 결정, 재량권 허용’ 요구

금융감독원 젊은 직원들의 줄사퇴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인력 지원은 줄면서 우수 인재 확보가 금융당국의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비단 금감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공직 사회 전체적인 분위기도 금융당국과 다르지 않다. 감독당국의 위상 하락뿐만 아니라 급여와 복지를 중요시하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들에게 사명감과 명예를 강조하면서 조직에 더 이상 붙잡아두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해외 금융당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영국과 미국 등 주요국 금융감독당국 역시 민간 부문과의 급여 격차 확대로 우수 인재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급여 체계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방식들이 논의되고 있다.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5월말 기준 금감원 4·5급(선임조사역·조사역) 직원 중 18명이 사표를 냈다. 매년 10명 안팎이던 MZ세대 퇴사자가 2022년 23명으로 증가했고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연도별 공채 입사 회계사는 급감했다. 올해 공채로 입사한 회계사는 1명뿐이다. 2020년 11명, 2021년 10명에서 2022년 7명, 지난해 6명으로 급격히 줄었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최근 MZ세대의 이직 증가 추세가 상대적으로 낮은 처우와 인사 적체 등에 따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금감원의 경우 변호사 222명과 회계사 453명 등 전문인력이 상당수 포진하고 있다. 이들이 시장 수요에 따라 이직하는 것을 막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요국, 독립된 급여체계로 개선 = 영국은 금융감독청(FCA) 퇴사율이 2022년 약 15.2%에 달하면서 의회가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영국 의회는 감독기구와 민간기업의 ‘큰 급여 차이’가 더 이상 무시하기 불가능한 수준으로, 디지털 분야 등 감독기구의 전문인력 확보를 우려했다. 감독기구의 우수인력 유지를 위해 '급여수준 결정의 재량권 허용'을 정부에 요구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02년 입법을 통해 급여 수준을 자체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하지만 SEC도 ‘2022~2026 전략계획’에서 숙련된 인력구성 및 지원을 핵심 과제로 선정하는 등 인재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SEC에서는 2022년 임원과 변호사의 퇴직률이 각각 20.8%, 8.4%로 높았다. 직원 퇴직률은 2020년 3.8%에서 2022년 6.3%로 급등했다. 최근에는 가상자산 감독 등의 경력을 갖춘 다수의 변호사가 로펌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미 증권감독기구인 'FINRA'는 올해 3월 장기 재정운영원칙에 ‘유능한 직원 보유를 위해 자본시장과 비교해 경쟁력 있는 보상체계 추구’를 천명했다.

일본 금융청은 민관인사 교류채용을 허용했다. 국가기관과 민간기업간 인력을 3~5년간 교류하는 방식이다. 또 임기제·비임기제 채용을 활용해 외부 민간전문가를 활발하게 영입하고 있다.

◆금감원, 경력직 채용 확대하고 있지만 … = 해외 주요국가들은 급여와 보상체계 개선을 통해 우수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 금융당국은 경력직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금감원은 금융위원회로부터 예산·증원 심사를 받고 있어서 처우 개선이 쉽지 않다. 따라서 민간영역에서 근무하면서 금융당국 이직을 희망하는 경력직을 채용하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4월가지 4차에 걸쳐 회계사 51명과 변호사 15명 등 경력직 105명을 채용했다. 현재 경력직 44명(회계사 20명, 변호사 8명)의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경력직으로 들어온 직원들이 기대 수준에 못 미치는 대우 등으로 입사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퇴사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금감원에서 근무했던 한 금융권 인사는 “급여 체계 개선 등 주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채용과 퇴사가 반복되면서 금융당국의 전문성은 점차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금감원 퇴직자들이 늘면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재취업 심사도 엄격해지고 있다. 통상 매년 1~3건이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는데, 지난해에는 2건의 불승인과 4건의 취업제한 결정이 내려졌다. 다만 다른 정부 부처에 비해 금감원의 취업심사 통과율은 비교적 높은 편이다. 금감원 내부적으로 업무관련성을 사전 검증해 심사 신청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공직자윤리위원회 통과 가능성이 낮으면 퇴직자 본인이 심사 신청을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편 금감원은 퇴직자와의 유착 방지를 위한 다양한 내부통제 제도를 마련해 엄격하게 운영하고 있다. 인허가와 검사·제재·조사·감리 진행 중 직무관련자 사적 접촉 금지하고 있으며, 내부 감찰을 통해 적발된 비위행위와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무관용·원스트라이크 아웃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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