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 수사’ 부장 보고받은 이원석 검찰총장
지난주 중앙지검장 주례보고 때 형사1부장 참석
수사상황 챙기고 신속수사 당부한 듯
이원석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의혹을 수사 중인 부장검사로부터 직접 대면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총장이 특정 사건에 대해 부장검사의 보고를 받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이 총장이 직접 수사 진행 상황을 챙기며 신속·엄정한 수사를 독려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총장은 지난달 30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정기 주례보고를 받았다. 이날 보고에는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수사하는 김승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과 신자용 대검 차장검사 등 일부 대검 참모들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장은 김 부장검사에게 그동안의 수사 진행 상황과 향후 수사 계획을 묻고 엄정하고 신속한 사건 처리를 강조했다고 한다. 통상 주례보고는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것과 달리 이날 보고는 두 시간 넘게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총장 주례 보고에 일선 검찰청 부장검사가 참석해 특정 사건에 대해 보고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검찰총장은 보통 지검장을 통해 보고를 받고 주요 사건이라 해도 일선청 차장검사가 배석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총장이 부장검사를 불러 보고를 받은 것은 그만큼 이 사건 수사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것도 이 총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앞서 이 총장은 지난달 2일 당시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주례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김 여사 관련 의혹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하며 “증거와 법리에 따라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라”고 당부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전담수사팀에 3명의 검사를 추가 투입하고 수사에 속도를 내왔다. 지난달 9일 고발인 조사를 시작으로 김 여사에게 명품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와 이 과정을 촬영한 영상을 보도한 서울의소리 관계자들을 잇따라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최 목사와 서울의소리 관계자 등으로부터 해당 영상 원본, 최 목사와 김 여사 사이에 주고받은 청탁 관련 메시지 등 증거의 상당부분을 확보했다.
관건은 검찰이 대통령실과 김 여사로 수사를 확대할 수 있느냐다. 앞서 최 목사와 서울의소리측은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의 국정자문위원 임명과 국립묘지 안장 등을 청탁하며 그 대가로 김 여사에게 선물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실제 김 여사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실 조 모 과장을 연결해줬다고도 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선 조 과장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지만 참고인 신분이라 출석을 강요하기가 쉽지 않다.
이 총장이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신속·철저 수사 지시 이후 서울중앙지검 지휘부가 전격 교체된 것도 변수다. 지난달 검찰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장과 1~4차장이 모두 바뀌면서 김 여사 관련 수사를 막기 위한 '방탄용' 인사라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이 총장이 직접 사건을 챙기면서 어떤 식으로든 김 여사와 대통령실 관계자에 대한 조사가 시도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검찰 관계자는 “총장 주례보고에 부장검사가 참석했는지는 확인이 어렵다”며 “필요한 경우 부장검사가 배석하는 일은 종종 있다”고 말했다.
구본홍 김선일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