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 수사’ 부장 보고받은 이원석 검찰총장

2024-06-03 13:00:03 게재

지난주 중앙지검장 주례보고 때 형사1부장 참석

수사상황 챙기고 신속수사 당부한 듯

이원석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의혹을 수사 중인 부장검사로부터 직접 대면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총장이 특정 사건에 대해 부장검사의 보고를 받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이 총장이 직접 수사 진행 상황을 챙기며 신속·엄정한 수사를 독려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재소환된 최재영 목사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 최재영 목사가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재소환돼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총장은 지난달 30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정기 주례보고를 받았다. 이날 보고에는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수사하는 김승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과 신자용 대검 차장검사 등 일부 대검 참모들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장은 김 부장검사에게 그동안의 수사 진행 상황과 향후 수사 계획을 묻고 엄정하고 신속한 사건 처리를 강조했다고 한다. 통상 주례보고는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것과 달리 이날 보고는 두 시간 넘게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총장 주례 보고에 일선 검찰청 부장검사가 참석해 특정 사건에 대해 보고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검찰총장은 보통 지검장을 통해 보고를 받고 주요 사건이라 해도 일선청 차장검사가 배석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총장이 부장검사를 불러 보고를 받은 것은 그만큼 이 사건 수사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것도 이 총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앞서 이 총장은 지난달 2일 당시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주례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김 여사 관련 의혹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하며 “증거와 법리에 따라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라”고 당부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전담수사팀에 3명의 검사를 추가 투입하고 수사에 속도를 내왔다. 지난달 9일 고발인 조사를 시작으로 김 여사에게 명품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와 이 과정을 촬영한 영상을 보도한 서울의소리 관계자들을 잇따라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최 목사와 서울의소리 관계자 등으로부터 해당 영상 원본, 최 목사와 김 여사 사이에 주고받은 청탁 관련 메시지 등 증거의 상당부분을 확보했다.

관건은 검찰이 대통령실과 김 여사로 수사를 확대할 수 있느냐다. 앞서 최 목사와 서울의소리측은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의 국정자문위원 임명과 국립묘지 안장 등을 청탁하며 그 대가로 김 여사에게 선물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실제 김 여사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실 조 모 과장을 연결해줬다고도 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선 조 과장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지만 참고인 신분이라 출석을 강요하기가 쉽지 않다.

이 총장이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신속·철저 수사 지시 이후 서울중앙지검 지휘부가 전격 교체된 것도 변수다. 지난달 검찰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장과 1~4차장이 모두 바뀌면서 김 여사 관련 수사를 막기 위한 '방탄용' 인사라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이 총장이 직접 사건을 챙기면서 어떤 식으로든 김 여사와 대통령실 관계자에 대한 조사가 시도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검찰 관계자는 “총장 주례보고에 부장검사가 참석했는지는 확인이 어렵다”며 “필요한 경우 부장검사가 배석하는 일은 종종 있다”고 말했다.

구본홍 김선일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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