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정보유출·음주뺑소니…경찰 ‘망신살’

2024-06-03 13:00:16 게재

올들어 4월까지 26명 파면·해임 … 일탈 반복되자 ‘비위 예방 추진단’ 구성해 차단 나서

#1.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사기 사건 피의자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서울의 한 경찰서 소속 형사팀장을 수사하고 있다. A 팀장은 올해 3월 알고 지내던 B씨로부터 100만원가량을 받은 혐의(뇌물 수수)를 받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투자리딩방 사기 사건을 수사하던 중 자금 세탁책인 B씨의 휴대전화에서 A 팀장과 돈을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확인했다.

이에 지난달 22일 A 팀장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는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A 팀장은 현재 대기발령 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2.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지난달 서울 서초경찰서 소속 C 경감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C 경감은 한 상장사 관계자로부터 다른 경찰관이 담당한 수사에 관해 편의를 제공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이 회사는 라임펀드 자금이 투자된 회사로 알려졌다. C 경감은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총 6회에 걸쳐 3021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월 형사사건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다른 경찰관에게 현금을 전달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3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경찰관들의 비위와 일탈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사건의 경우 경찰이 경찰을 압수수색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해당 경찰관들에 대한 파면·해임 등 징계도 계속되고 있다.

◆올해 4월까지 150명 징계 = 실제로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 징계 처분을 받은 경찰관은 모두 150명이다.

파면 12명, 해임 14명, 강등 6명, 정직 50명 등 82명이 중징계를 받았고 감봉 33명, 견책 35명 등 68명이 경징계를 받았다.

징계 사유별로 보면 품위 손상이 82명으로 가장 많았고 규율 위반 44명, 금품 수수 13명, 직무 태만 11명 순이었다.

직급별로는 총경 이상 1명, 경정 12명, 경감 39명, 경위 48명 등 경위 이상 간부급 경찰이 100명에 달했다. 경사와 경장은 각각 19명, 17명이었고 순경도 14명이었다.

경찰 공무원 징계는 파면·해임·강등·정직 등 중징계와 감봉·견책 등 경징계로 나뉘는데, 파면은 가장 높은 수위의 중징계다.

◆일탈·징계 악순환 계속 반복 = 잇단 징계에도 음주운전을 하거나 시민과 폭행시비를 벌이고 성매매를 하다 현장에서 적발되는 등 잇따르는 경찰관들의 비위행위에 경찰 수뇌부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전남경찰청은 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완도경찰서 소속 D 경위에 대해 최근 징계위원회를 거쳐 파면 처분을 내렸다.

D 경위는 자신이 수사하던 도박장에서 압수한 현금 3400만원을 2022년 10월부터 약 1년 동안 14차례에 걸쳐 훔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빚을 갚으려고 사건 증거물인 현금에 손을 댔고, 혐의를 대부분 시인했다.

경찰은 장기간 계류 중인 도박 사건의 수사 상황을 점검하던 중 그의 비위를 적발했다. D 경위는 징계 처분에 앞서 기소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고 있다.

올해 3월에는 자신이 맡은 사건의 수사 정보를 유출한 50대 경위가 파면 처분을 받았다. 그는 압수수색 정보를 미리 알려주거나 관련자를 입건하지 않는가 하면, 수사 대상에게 친분이 있는 변호사를 알선해주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관들의 음주운전 사고도 이어지고 있다.

광주경찰청은 지난달 30일 열린 징계위원회에서 음주 교통사고를 낸 광주 동부경찰서 E 경감과 서부경찰서 F 경감을 각각 해임 징계키로 의결했다.

해임은 공무원 징계 종류 중 중징계에 해당한다. 인사 소청 등 절차를 거쳐 해임 징계가 확정되면 공무원 자격을 박탈하고 향후 3년간 공무원으로 재임용될 수 없다.

E 경감은 지난 4월 오후 8시쯤 광주 북구 양산동 한 도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1%(운전면허 취소 수치) 만취 상태로 추돌사고를 냈다. F 경감도 같은 달 3일 오후 9시 20분쯤 서구 풍암동의 사거리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42%(운전면허 취소 수치)로 만취해 차량을 몰던 중 앞선 차량을 들이받았다.

또 서울 구로경찰서는 지난달 14일 음주운전을 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서울경찰청 제4기동단 44기동대 소속 G 순경을 입건해 조사했다.

G 순경은 이날 오전 9시쯤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하다 구로구 개봉동 오류IC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혐의를 받는다. 적발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치인 0.07%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지난달에는 충남에서 경정급 간부가 후배 여경 2명을 추행해 검찰에 송치됐다.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경찰청 = 기강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에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3월 7일부터 4월 11일까지 ‘의무위반 근절 특별경보’를 발령하며 엄중한 처벌을 예고했지만 일탈행위는 계속됐다.

일탈 행위가 끊이지 않자 지휘부도 좌불안석이다. 급기야 경찰청은 지난달 김수환 차장을 단장으로 ‘비위 예방 추진단’을 꾸렸다.

경찰 내부적으로 비위 문제 해결을 위한 추진단을 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추진단은 제도개선·공직 기강, 수사 단속, 조직문화·채용 및 교육을 담당하는 3개 분과팀으로 꾸려졌다. 경찰청 국장급 간부인 감사관과 수사기획조정관, 경무인사기획관이 각 팀을 책임진다.

경찰은 비위 위험 요인 등을 분석하는 ‘비위 위험도 진단 모델’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예방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 비위를 줄이고 근절해야 하는데 숫자가 줄어들지 않고 답보 상태가 이어지면서 보다 근본적이고 과학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고민이 있었다”며 “올해 초 경찰청 감사과에 비위예방 대책계를 만드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부서 차원을 넘어 제대로 된, 더 강력한 체계를 갖추기 위해 추진단을 운영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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