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종합부동산세 폐지’여론 저항
참여연대-리서치뷰 여론조사, 중도층 ‘부정’ 50%
국민의힘·조국혁신당 지지층도 ‘압도적 부정’ 입장
고소득층 감세에 대한 진보·보수진영 입장 바뀌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가 던진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이 반대여론에 부딪혀 힘을 얻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의 입에서 나온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폐지’에 대한 여론도 매우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찬성과 반대 입장이 박빙인 민주당 지지층 외에 조국혁신당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지지층들에서는 부정적 입장을 강하게 나왔다. 민주당이 ‘대선용 떠보기’로 던진 ‘부자감세 축소’로의 선회가 여론 장벽에 막힐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수도권의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민주당이 세금같이 예민하고 입체적인 분석이 필요한 문제를 툭툭 던지면 안 된다”며 “대선 표심을 얻기 위한 정치적 의도로 해석되는 만큼 부정적인 시각이 많아진 것 같다”고 했다. “법인세 등 세수감소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감세를 들고 나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도 했다.
참여연대가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달 28~30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에게 ARS자동응답 무선전화방식으로 ‘1주택 실거주자의 종부세 폐지’에 대해 물었고 52%가 부정적 의견을 냈다.(95% 신뢰구간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긍정반응은 27%뿐이었다. 질문은 “1주택자이면서 실제 거주할 경우 공시가격 12억 이상 고가주택에 부과하는 종합부동산세를 전면 폐지하자는 민주당 원내대표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였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달 9일 언론 인터뷰에서 “아무리 비싼 집이라도 1주택이고, 실제 거주한다면 과세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한 달 가까이 논란의 중심에 있다. 박 원내대표가 “조세 정책에 대한 여러 아이디어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했고 진성준 정책위의장도 “당내에서 그 문제와 관련한 정책적인 검토는 없었다. 현재로서는 박 원내대표의 개인적인 견해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지만 진화되지 않았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달 24일 언론 인터뷰에서 “종부세로 인해 민주당이 집이 있고 부자인 사람을 공격하는 세력처럼 상징화됐다”며 “종부세를 유지할 때 얻는 것과 폐지할 때 얻는 것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종부세는 지난 2005년 노무현정부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 주도로 도입돼 ‘고소득자의 세수 부담 확대’ 원칙의 상징으로 인식돼 왔다.
종부세 폐지에 대해 민주당 지지층들의 경우 긍정과 부정 의견이 각각 38%, 39%로 비슷하게 나왔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의 긍정 의견은 15%뿐이었고 부정의견은 68%에 달했다. 고소득층 세금 부담 완화를 주장해왔던 국민의힘 지지층들의 목소리가 크게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민주당이 제기한 ‘종부세 폐지’ 논의에 대한 ‘묻지마 반대’가 작동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과 손잡고 가는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에서도 부정 의견이 47%, 56%로 긍정 의견(29%, 32%)을 크게 웃돌았다.
정치성향으로 봐도 진보진영의 부정 의견이 46%로 긍정의견(35%)보다 높게 나왔고 보수진영과 중도진영 역시 부정 의견이 65%, 50%(긍정의견은 18%, 29%)에 달했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종부세 폐지 등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된 바가 없고 논의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검토 자체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공식조사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 부대표는 이날 라디오인터뷰에서 “종부세의 부가 대상이 초고가 주택 1%인데 이게 너무 넓어져 조정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지금은 타이밍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한편 민주당은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나눠주자는 이 대표의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이 국민들의 반대여론에 봉착하자 ‘선별지급도 가능하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면서도 전국민에게 25만원~35만원을 지급하도록 하는 ‘2024년 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이 대표가 대표발의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